‘수원 세모녀의 비극’과 같은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에 지방자치단체-지역사회-종교단체 간 협업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고독사 같은 외로움에 따른 사건·사고를 예방하기에도 적합한 사업으로 평가됐다. 서울시가 3개월에 걸쳐 진행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을 위한 종교협의회 공모사업’ 보고서를 통해서다.
국민일보는 26일 공모사업에 참여한 8개 지역 주민센터와 교회의 추진실적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8개구 13교회, 위기가구 돌봄
서울시는 행정 시스템만으로는 복지 수요와 위기가구 발굴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종교계와 협업하기로 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이 해당되며 각 종단·교단 본부와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단체가 사업에 함께하도록 했다. 해당 지역 명칭을 넣어 ‘○○동 종교협의회’로 하고 정기회의, 위기가구 발굴 캠페인, 복지위기가구 가정방문 등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번 사업은 중구 중랑구 마포구 관악구 송파구 종로구 노원구 영등포구 8개구에서 진행됐다. 공모결과 개신교 13개 교회만 참여했다. 노원구 ‘공릉2동 종교협의회’에 참여한 주양교회 표세철 목사는 주민센터 복지위원으로 10년 이상 활동했고 마포구 ‘대흥동 종교협의회’의 신생명나무교회 장헌일 목사도 주민자치위원으로 오랜 시간 활동했다. 관악구 ‘서원동 종교협의회’의 신림중앙교회(김후식 목사)는 2014년 서원동 주민센터와 MOU를 체결했다.
사업에 동참한 교회들이 고수한 원칙도 있다. 주양교회 표 목사는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을 실천해야 하는 만큼 돈도 시간도 따지지 않았다”면서 “그 과정에서 복음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고 말했다. 신림중앙교회 오현진 행정선임 목사는 “교회도 코로나 때문에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주소지 달라 지원 못받은 ‘이웃’ 발굴
참여 교회들은 이미 진행해 온 복지사역을 확장했다. 취약계층의 가정을 찾아 반찬 생필품은 물론 짜장면 요구르트 등을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독거노인, 알코올 중독자 등 극한 외로움에 몰린 이들의 안부를 묻고 대화했다. 표 목사는 “매주 반찬을 전달하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주민센터로 연락해 확인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복지사각지대 가정도 발굴했다. 신림중앙교회 오 목사는 “요건에 맞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이 많다. 지원에 탈락한 분들을 중심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주소지가 달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정도 있었다.
표 목사는 “성도를 통해 주민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민등록 주소지가 다른 지역인 경우”라고 말했다. 왕정숙 공릉2동 복지1팀장은 이를 ‘이웃이 이웃을 발견하는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공모사업은 적은 예산, 짧은 시간에도 효과를 봤다. 송파구 풍납1동 주민센터 임정혜 복지1팀장은 “교회는 전도 경험이 많아 주민에게 쉽게 다가갔다. 교회가 지속적으로 지원해 지역 내 신뢰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지역 내 교회들이 연합하기도 했다. 중구 약수동 주민센터 김연희 주무관은 “약수동은 교동협의회 5개 교회가 함께했는데 다른 교회도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교회-주민센터’ 협업 이어가기로
관건은 협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서울시는 올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교회와 지역 주민센터는 사업 지속 의지를 보였다. 풍납1동 임 팀장은 “두 교회에 캠페인을 지속하자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며 “다음 달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회의를 통해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포구 대흥동도 종교협의회 차원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모임을 가졌다. 서원동과 공릉2동 종교협의도 자부담으로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서윤경 최기영 유경진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