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씨는 아홉살 초등학생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결혼 10년 차인 그를 힘겹게 하는 건 일도, 자녀 양육도 아닌 신앙생활이다. 신앙은 부부 사이에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강씨는 “성경대로 살고 싶지만 결혼하면서 실천하기 어렵게 됐다”며 “성공이 중요한 남편은 주말이면 골프 등 일정이 많아 교회에 가지 않고 나는 홀로 아들을 돌보느라 지쳐 신앙생활이 소홀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기독매체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최근 혼인율과 출산율이 감소한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변화 필요성에 주목하면서 강씨 사례를 소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였다. 혼인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9만2000건으로 가장 적었다.
CT는 결혼과 출산율 감소를 기독교 인구 감소로 연결했다. 현재 한국의 개신교인 비율은 21%로 정체돼 있는 데다 젊은이들의 관심이 적어 교회는 ‘노인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결혼 사역을 시작했음에도 기혼 부부를 돌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거의 없다는 점을 CT는 꼬집었다.
성경적인 결혼·가정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패밀리라이프코리아’ 신종곤 대표는 C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와 기독교 지도자들은 교인들에게 결혼에 대한 성경적 근거와 이해를 심어주는 교육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을 회복하는 데 교회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씨는 “이혼에 대한 고민을 꺼냈더니 목사님과 교회 친구들은 나를 위해 매일 기도해 줬다. 하나님이 나를 위로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됐고 남편과 함께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구동신교회 문대원 목사도 “성도들에게 남녀는 동등하게 창조됐고 서로 사랑하며 존중해야 한다는 성경적 결혼관을 강조하고 아내를 섬기라고 독려했더니 느리지만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CT는 또 “어떤 목회자는 ‘남편 구하러 (교회에) 온다’는 말도 서슴지 않게 한다”고 전하면서 이는 비혼주의나 독신주의 여성들, 혹은 주위로부터 결혼 압박이 심한 청년 기독교인을 ‘가나안 성도’로 교회 발길을 끊게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사회의 결혼에 대한 달라진 시선도 설명했다. 비혼을 발음 그대로 ‘bihon’으로 적은 뒤 ‘결혼 가능성을 열어둔 미혼을 대체하는 용어’라고 설명하면서 2020년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1.7%라고 했다.
온누리교회에 출석하는 배드로씨는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이기적이고 무책임해 결혼을 안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생각을 인정한 뒤 결혼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