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상 초유의 ‘셧다운(shut down)’ 상황을 직면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가장 작은 공동체 중 하나인 미자립교회부터 지역 교회들의 집합체인 노회(지방회), 전국 노회의 협의체인 총회에 이르기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다.
매년 한 차례 진행되는 교단 정기총회는 각 교단이 신학적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산하 교회의 사역 방향을 논의, 의결하는 핵심 모임이다. 감염 확산 위기가 계속되면서 한국교회는 ‘온라인 총회’ 개최를 준비해야 했다. 대형 교단의 경우 전국 30~40여개 지역에 거점 교회를 선정, 화상회의 시스템을 연결해 회의를 진행했다.
‘온라인 총회’는 공간의 단절을 기술적 연결로 대응하는 차원의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줄곧 대면 총회를 진행해 왔던 한국교회가 임시방편으로 ‘온라인’ 방식을 채택하면서 부작용도 잇따랐다. 주요 교단이 새로운 회기를 이끌 임원을 선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요 안건 대부분을 논의하지 못했다. 수일간 진행하던 총회를 하루 만에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총회에서 다루지 못한 안건을 임원회에 맡겨 처리하기로 한 결의는 ‘총회 민주주의 위축’ ‘과도한 임원회 권한 강화’ 등 논란을 불러왔다.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면예배 전면 금지’ 조치가 이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교회도 속출했다. 비대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프라가 열악한 미자립·개척교회나 중소교회엔 타격이 더 컸다. 성도 감소가 헌금 감소로 이어지며 사역을 중단하는 교회도 늘었다.
반면 미증유의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는 전에 없던 위기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기회를 얻었다. 교단마다 위기관리위원회를 가동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행동 지침을 발표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권순웅 목사)의 경우 부총회장을 본부장으로 둔 총회위기관리대응본부를 새로 구축했다.
권순웅 총회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교회는 코로나를 통해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감염 질환이 발생했을 때 크고 작은 기구가 어떻게 움직이고 대처해야 하는지 경험했다”며 “이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귀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전국 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넘어 ‘초연결’을 경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이다. 코로나 확산 초기, 교단별로 사회복지위원회가 가동돼 대구·경북 지역 사회 취약 계층과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크고 작은 교회와 교단, 연합기관 등이 이웃과 사회의 어려움에 눈을 돌리면서 다양한 형태의 ‘N차 긴급 지원’도 이뤄졌다.
이 시기를 통해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분명하게 인지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국원 총신대 명예교수는 “대면 공동체 모임이 핵심이었던 교회가 팬데믹으로 국민 안전과 방역의 걸림돌로 여겨지면서 성도 스스로 ‘우리에게 소중한 예배와 모임이 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대응에 대한 반성이 ‘공공선’에 대한 의식 변화로 이어진 점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목회 중단 위기에 놓인 교회가 늘자 교단은 물론 지역 내 크고 작은 교회들도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손길이 ‘미자립교회 임대료 지원 운동’으로 확산돼 끊임없는 연대 흐름을 만들어냈다.
정평진 브리지임팩트 대표는 “사회와 다를 바 없는 경쟁, 거듭하는 교회 내 분열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이들과 ‘가나안 성도’에게 코로나 상황 속 교회의 연대 모습은 사뭇 기독교의 본질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