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윤 추구와 더불어… 동료의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가

박찬홍 디자인스킨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 12층의 본사 앞에서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감사와 칭찬, 감칭카드와 사내의 빨간 우체통.


술과 함께하는 회식은 없다. 술자리 회식 대신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식을 진행하고 저녁 시간은 가정에서 보내길 권한다. 회사의 정체성을 소개하는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는 ‘동료를 존중하며 동료의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가’이다. ‘고객에게 이익이 되기에 충분한가’와 ‘결과를 위한 과정이 바르고 정직한가’ 역시 묻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드는 기업 ‘디자인스킨’이 ‘비즈니스 미션’으로 삼는 덕목이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 타워 12층에 입주한 디자인스킨을 찾았다. 벽면에 기업의 이력을 보여주는 상장들이 걸려있다. 벤처기업 확인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확인서, 서울형 강소기업 확인서, 청년 스마트 중소기업 일자리 선정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성실한 납세와 사회공헌 활동 표창장에 이어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서까지. 여성가족부 장관은 디자인스킨에게 수차례 표창장을 수여하며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공이 크다”고 평가했다.

디자인스킨은 2011년 박찬홍(46) 대표가 창업했다. 박 대표는 이랜드 출신이다. 이랜드 산하 고급 신발 브랜드인 뉴발란스 사업부에서 영업 및 상권 분석 업무를 10년 넘게 배웠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2000년대 말부터 박 대표는 이를 멋지고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깨달았다. 박 대표는 “고급스러운 신발만큼 고급스러운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이 열리리라 예측했다”면서 “‘손안의 신발’을 내가 한번 만들어 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랜드 퇴직금 1억원을 손에 들고 서울의 한 건물 허름한 옥탑방에서 창업했다. 스마트폰은 자주 바꾸기 어렵지만 케이스는 취향에 따라 수시로 바꾸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정장 캐주얼 스포츠 등 그날의 복장에 맞춰 케이스를 3개 별도로 구매해 갈아 끼우는 패션피플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옥탑방에서 ‘나홀로’ 시작한 벤처기업이 지금은 연간 매출 200억원에 40여명의 직원들을 고용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깐 주춤했지만 회복세를 타며 지금까지 1000만개가 넘는 케이스를 제작 판매했다. 디자인스킨의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또한 알려지면서 취업 공고를 내면 평균 100대 1의 경쟁률을 넘기곤 한다.

박 대표에게 “동료들의 가정을 소중히 하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그는 “정시 퇴근, 쓸데없는 야근 금지가 첫 번째”라며 “동료들의 생일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생일과 자녀들의 성탄절 선물도 회사가 챙긴다”고 밝혔다. 5년을 만근한 직원에겐 2주 유급휴가에 300만원 보너스, 10년을 채운 동료에겐 1개월 유급휴가에 여행경비 500만원을 지급한다. 박 대표는 “보통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이 며칠 쉬면서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여행을 가곤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직원의 재충전을 도모해 최대한 인력 유출을 막으려는 의도다.

월요일 출근하면 직원들은 제일 먼저 ‘감사 나눔’ 시간을 갖는다. 조별로 모여 한 주간 감사했던 일, 바라는 일을 이야기한다. 바라는 일은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기도 제목이다. 2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1M day’를 보낸다. 부서가 달라 서로 어울리기 힘든 직원들끼리 회사가 조를 짜주고 같이 점심을 먹도록 주선하는 행사다. 1미터 거리에서 동료들과 좀 더 친밀감을 느끼자는 취지다. 감사한 동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땐 ‘감칭카드’를 작성해 사내의 빨간 우체통에 넣는다. 감사와 칭찬의 내용을 친필로 적어 보내는 것이다. 연말엔 턱시도를 입고 참석하는 파티가 열린다. 직원 가운데 베스트 드레서, 베스트 스마일, 베스트 맥가이버(잘 고치는 이) 등을 가려 뽑는다. 이때 자선 행사도 겸했는데 2015년부터 최근까지 어린이병원에 1억원 넘게 후원해 역시 감사장을 받았다. 감사와 나눔과 사랑. 기업 문화 곳곳에 크리스천 가치관이 녹아있다.

그럼에도 직원 예배, 오늘의 QT, 성경 공부 등은 없다. 성도가 아닌 직원들도 존중하면서 크리스천 문화로 포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성도인 박 대표는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의 빌립보서 4장 13절 말씀을 명함에 새기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워라밸’ 보다 도전 정신이 먼저라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창업을 꿈꾼다면 워라밸보다는 경험의 가치를 중시해야 합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부문에 도전해 보고 거기서 경험을 축적해야 합니다. 저 자신 이랜드의 기업 문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회사를 나오면 배울 기회 역시 사라집니다. 창업에 앞서 회사 생활에서의 도전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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