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자원한 교회봉사인데… 번아웃되는 주요 원인은 □□□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여행도 떠나고…. 하지만 이런 소박한 소망들이 그에겐 언젠가부터 가닿지 못할 꿈처럼 돼버렸다. 가령 대학 동아리 활동만 하더라도 교회 봉사 시간과 겹치는 주말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언감생심일 때가 많았다. A씨는 “대학부에서 사역하면서 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는 아니더라도 바다 한번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불만이 쌓여 가는데 제가 선택한 거여서 (불만을 호소할 곳도 없고)…. 매일 머리가 되게 무겁고 꽉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A씨의 이 같은 이야기는 최근 공개된 총신대 일반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한국교회 봉사자의 번아웃 경험 탐색을 통한 척도 개발 연구’에 담겨 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사역하는 이귀연 전도사가 사랑의교회 특별사역 지원 제도의 혜택을 받아 진행한 연구다. 논문엔 A씨의 사연 외에도 교회 봉사 탓에 신체적 정서적 탈진, 즉 번아웃(burnout)을 호소하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논문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전도사가 주로 서울과 경기도 지역 교회에서 사역하는 봉사자 95명을 상대로 개방형 설문을 진행한 내용이다. 응답자 10명을 상대로는 심층 인터뷰도 추가 진행했다.

번아웃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과도한 봉사’(192건)였다. 교회 찬양팀을 이끌었다고 소개된 B씨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그는 이 전도사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전) 7시부터 연습해서 8시에 예배드리고 끝나자마자 교사로 일하고 (그다음엔) 집사님 댁에 가서 잤어요. 너무 피곤했던 거죠. 나는 학생인데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서)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휴가도 못 가고 수련회만 갔죠. 갔다 오고 나서 목소리를 완전히 잃었어요. 2~3개월 말을 못 했어요.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과정보다는 성과를 우선시하는 ‘성과주의 문화’(66건), 성도들의 불평이나 무관심과 씨름해야 하는 ‘봉사 대상자와의 갈등’(65건)도 번아웃 원인으로 많이 언급된 내용이었다.

조건 없는 헌신과 열정을 강요하는 교회 봉사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년이나 초심자가 교회에 출석할 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지난해 8월 개신교 대학생 34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회 개선 사항’을 묻는 말(복수 응답)에 ‘교회 봉사에 대한 부담을 너무 많이 준다’는 답변이 42%로 가장 많았다. 이 전도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 내에 봉사자가 자신의 번아웃을 ‘오픈’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번아웃을 신앙심의 부족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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