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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도체 경쟁, 메가 클러스터로 맞서야



반도체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드는 것이지만 반도체 산업은 크기와 규모가 중요하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도 이런 이유로 기업 대 기업 싸움이 아닌 생태계 간 경쟁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과거엔 어느 기업이 더 빨리 첨단 공정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미·중 간 기술 경쟁 등을 거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이젠 전선이 연구개발(R&D), 설계, 생산, 유통, 소재, 장비, 부품 등 반도체 생태계 전 영역으로 확대됐다.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반도체법, 칩4 협의체 참여 요구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미국의 의도 또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미국 주도의 생태계 구축이다.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49.8%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반도체 R&D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는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종주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미국은 반도체 제조 기업들을 미국 땅으로 불러 모으는 전략을 선택했다. 더 중요한 건 이 기업들이 분산되지 않게 ‘클러스터링(clustering)’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 내에 2개 이상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뉴욕주, 텍사스주가 주요 반도체 클러스터다. 일본 역시 규슈 섬의 구마모토를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을 불러 모으는 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 대전의 막은 이미 올랐다. 우리의 생존 전략은 지난 15일 정부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신설 계획 발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0만평 이상의 세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용인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했다. 첨단 반도체 팹(제조공장)을 5개 구축하고, 국내외 소부장 기업과 연구기관 등도 150개 유치해 제품 및 기술개발 협력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매출 1조원 이상 팹리스 업체 10개사를 육성하고, 첨단 패키징 거점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반도체 제조업뿐만 아니라 장비 및 소재 등 반도체 생태계 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 용인에 조성될 클러스터는 기흥·화성, 평택 등 기존 반도체 생태계와 연결돼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로 거듭날 수 있다.

이 한국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글로벌 대전에 나서는 우리나라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반도체 강국 입지를 강화할 발판은 마련했다. 물론 발판을 딛고 도약을 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쉽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과감한 결단, 기업의 파격적 투자, 학계의 공격적 인재 양성이 시너지를 낸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종합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권기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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