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에 뜬 ‘충전’ 버튼을 누르자 로봇이 흰색 LED로 반짝이는 눈을 떴다. 동그란 눈망울을 한 이 로봇은 머리에 달린 공간 측정 센서 ‘라이다(LiDAR)’를 세차게 돌리며 전기차 충전구로 다가오더니 스스로 플러그를 꽂고 충전을 시작했다. 자율주행 기반의 이동형 충전기 파키(Parky)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에바(EVAR)는 파키를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전기차 박람회 ‘EV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공개했다.
오는 17일까지 이어지는 박람회에는 전기차·배터리·유통망 등 150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450여개 부스에서 저마다 흥미로운 기술로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화재 예방 기술을 선보인 기업이 많았다. 어린이용 장난감 전동차 위에 라이터로 불꽃을 일으키자 열화상 카메라가 이를 감지하고 휴대전화를 통해 경보를 날렸다. 굉음이 울리고 ‘이상 온도 감지’라는 경고문구가 떴다. 전기차 무선통신 솔루션업체인 지스토어네트워크가 소개한 기술이다. 전영훈 지스토어네트워크 매니저는 “전기차 화재를 걱정하는 고객이 많아 통신료 부담을 주지 않는 열화상 카메라로 해결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SQI소프트웨어가 부스에 설치한 모니터는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주차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이곳에 세워진 차량을 열화상 카메라로 보는 방식이었는데 갑자기 충전구가 주황색으로 빛났다. 화재 위험을 감지한 것이었다. 김상원 SQI소프트웨어 부장은 “전기차 충전구에서 불이 나기 전 온도 상승을 미리 감지하고 알람을 울리는 것”이라며 “1년 7개월간의 실험 끝에 완성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충전기 제조사들도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파키를 만든 에바는 충전기 옆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카메라가 불꽃을 감지하면 즉시 관제센터에 알린다.
또 다른 충전기 제조업체 대영채비는 전기차 충전 외에도 휴식과 쇼핑을 할 수 있는 충전소 ‘채비스테이’를 공개했다. 채비스테이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성동구 성수동,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경남 사천 등 4곳에서 운영 중이다. 회사는 채비스테이를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중앙제어가 선보인 전기차 충전서비스 플랫폼 ‘EVSIS’는 충전과 예약, 실시간 확인 및 장애 감지와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로봇팔이 사람 대신 작업해주는 전기차 충전기도 등장했다. 차량 충전구가 열리자 로봇팔이 플러그를 들고 정확히 꽂아 넣었다. 윤현근 모던텍 부장은 “전기차 충전 플러그는 무거워 교통약자에게 불편하다”며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무인로봇충전시스템을 통해 주차만 해도 자동으로 충전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완성차 제조업체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5를, 기아는 니로 전기차와 EV6 및 EV6 GT를 전시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첫 전기차 트럭 ‘FH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국내 전기 모터사이클 제조사 젠트로피(ZENTROPY)와 대만 전기스쿠터 제조사 고고로(Gogoro)는 이륜전기차와 함께 배터리를 쉽게 갈아끼울 수 있는 스왑스테이션을 소개했다. 이륜전기차가 생소한 이들을 위해 시승행사도 진행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