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WP "북, 평양인근 무기공장서 새 ICBM 작업중"

미 정보당국, 산음동 기지 위성사진 분석…"화성-15형 최소 1기 작업중"
로이터 "ICBM 제조시설서 차량 움직임 감지"…WSJ "건물 2개동 신축"

 
지난 2월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날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등장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평양 외곽에 있는 산음동의 한 대형 무기공장에서 액체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미국의 정찰 위성이 지난해 ICBM을 생산했던 북한 공장에서 새로운 움직임, 즉 시설 안팎으로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 정보기관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 은폐설 등이 잇따라 보고된 데 이어 미사일 제조 정황도 포착되면서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우선 WP는 미 정보당국이 입수한 증거에는 최근 몇 주간 촬영된 위성사진이 포함됐으며 여기에는 북한이 해당 공장에서 비밀리에 ICBM을 최소 1기 이상, 아마도 2기를 제작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러한 정황만으로 북한이 핵능력을 확장 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더는 핵위협이 없다"고 말한 지 수주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이 고성능 무기를 제조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산음동 미사일 종합연구단지는 미 동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ICBM급 화성-15형을 비롯해 북한의 ICBM 2기를 생산한 곳이다.

미 정보당국은 국가지리정보국(NGA)이 수집한 이미지들을 토대로 산음동 기지에서 화성-15형 최소 1기에 대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관련 기사에서 이번에 포착된 움직임이 '미사일 제조'와 관련된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로이터는 위성 사진과 적외선 이미지를 보면 산음동 시설 안팎으로 차량 움직임이 보인다면서 다만 이를 통해 만약 미사일 제조라면 얼마나 진전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도에 백악관은 논평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샌프란시스코의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산음동 시설 위성 사진을 캘리포니아 소재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건물 2개 동이 신축됐다고 전했다.

WSJ은 이들 2개 동은 각각 행정 건물과 박물관으로 추정된다면서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6월 12일) 직전인 6월 5일에는 공터였으며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부분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말부터 북한이 핵시설을 은폐하고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가 현지 언론을 통해 잇따라 유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25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산음동 기지에서 미사일 제조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미 정보당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도 매일 산음동 기지를 드나드는 화물차를 비롯한 차량의 이동 현황을 볼 때 미사일 제조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소장은 WP에 "그곳(산음동 기지)은 가동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과 차량이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7일 촬영된 사진에는 적재 지점에서 붉은색 트레일러가 관측됐는데 이는 과거 북한이 ICBM을 운반하는 데 사용된 트레일러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소는 미 정보당국 분석가들이 북한 강선 우라늄 농축단지인 것으로 추정하는 대규모 단지의 사진도 최근 공개했다.

이를 최초 보도한 미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은 강선 단지가 평양 외곽의 천리마구역에 있는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강선 우라늄 농축단지의 존재는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이 지난 5월 처음 공개적으로 확인했으며 미 정보기관들도 강선이 북한 내 최소 2개 비밀 우라늄 농축기지 가운데 한 곳으로 보고 있다.

북한 내에서 여전히 무기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에 미 전문가들과 정부 관료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곳곳에 분산돼있는 핵·미사일 개발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적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박사는 WP에 "정권의 생존과 김씨 일가 지배의 영속성"은 김 위원장을 이끄는 원칙들이라며 "북한은 핵 프로그램이 미국에 의한 정권교체에 대한 억지력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핵능력을 포기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근본적인 무게중심 2가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소장은 트럼프 정부가 김 위원장의 의도를 잘못 읽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그들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협상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들은 핵무기의 인정을 위해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기꺼이 '추가 핵·ICBM 시험은 없다'는 것과 같은 한도를 견딜 의지가 있다"며 "그들의 제안은 '폭탄은 간직하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중단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로이터에 과거 미국과 이란, 구소련의 협상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과 협상하는 동안에도 그들은 핵물질 생산 능력이 있는 원심분리기를 계속해서 제조했다"고 말했다.

위트 연구원은 이어 "'합의서에 잉크가 마를 때까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포착된 움직임은 신형 미사일 개발이 아닌 기존 미사일 실험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 고위 관료는 로이터에 북한이 지난해 ICBM인 화성-15형을 생산했지만 아직 대기 재진입 기술을 완벽히 테스트한 상태는 아니라면서 이번에 포착된 움직임은 그와 연관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관리는 또 "액체연료 ICBM은 연료주입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발사 단계에서 바로 파악할 수 있어 고체연료 ICBM만큼 위협이 되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