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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와유의 시대
꽃바람이 콧구멍을 간질이는 춘삼월, 이러한 때 집 안에만 있자니 속이 답답하다. ‘와유’라는 말이 떠오른다. 와유는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 종병(宗炳)이 늙고 병들어 명산대천을 유람하지 못하게 됐을 때 마음을 맑게 하고 도리를 살피면서 누워 유람할 수밖에 없다고 탄식한 데서 나온 말이다. 늙고 병들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나 바이러스 창궐로 집 밖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나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으니, 와유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17세기 조선의 매운 선비 박세당(朴世堂)은 와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호사가들이 온 천하를 다 유...
입력:2020-04-07 15:10:01
[살며 사랑하며] 밑줄 긋기
고등학교 때, 정규수업 후에 한 시간 동안 방송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인터넷 강의는커녕 컴퓨터도 없던 그 시절, 방송실에서 각 교실에 학습 테이프를 틀어주는 방식이었다. 당시에 듣던 수업은 국어 과목이었는데 유명 참고서를 만들었던 분이 녹음한 강의였다. 강의를 할 때 자신만의 유행어를 자주 사용했는데 아직까지 기억나는 말은 “밑줄 쫙! 진달래 꽁이야”라는 말이다. 진달래는 별표를 뜻한다. 중요한 곳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별표를 하라는 뜻이었다. 예전에 독서모임을 하면서 독서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책에 밑줄을 긋는가에 ...
입력:2020-04-07 15:10:01
[데스크시각] 세계가 멈춘 시간에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멈추길 바라는지 모른다.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상을 멈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멈춰 세운다는 건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그래서 발전의 속도를 좀 늦추자고, 조금 더 불편하게 살자고 얘기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멈춰버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멈춰 세웠다. 사람들은 집 안에 갇혔고, 사무실과 공장은 문을 닫았다. 자동차·비행기 운행도 중단됐다. 중국과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에서 휴교, 이동제한, 직장폐쇄, 입국금지 등 사상 ...
입력:2020-04-07 15:05:02
[너섬情談] 코로나바이러스의 인문학
프랑스의 철학자 장뤽 낭시에 따르면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 삶의 모순과 한계를 확대해 보여주는 돋보기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격리되고, 도시가 폐쇄됐다. 학교가 문을 닫고, 사교가 멈추었다. 공연이 중단되고, 행사가 취소됐다. 국경이 단절되고, 경제가 무너졌다. 끔찍한 공황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 모든 것은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태다. 당장은 치료제를 발견하고 백신을 개발하며 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감염병의 물리학이나, 눈앞에 다가온 기업과 자영업의 부도를 막아줄 긴급 자금 지원 또는 생존을 위...
입력:2020-04-07 15:05:02
[이흥우 칼럼] 메르스의 선물
감염병 겪은 한국과 대만 ‘코로나 모범국’ 평가받는 이유 우연 아닌 땀과 경험의 결과 어느 한 나라 잘한다고 코로나 사태 해결되지 않아 국제사회 서둘러 해법 찾아야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기세가 매섭다. 7일 현재 전 세계 확진자는 130만명, 사망자는 7만명을 넘어섰다. 각각 775명, 52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스·메르스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세계를 더욱 떨게 하는 건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앞으로 사망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평소 우리가 생각했던 선진국의 개념...
입력:2020-04-07 15:05:02
[길 위에서] 예배 재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성도들은 돌아올까.’ 요즘 일선 교회 목회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애초 2~3주면 재개될 줄 알았던 예배가 어쩔 수 없이 연기되면서 ‘완전체’로 모이는 예배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엔 온라인으로 편리한 예배를 ‘맛본’ 성도들을 우려하는 고까운 시선도 깔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코로나 이전 세계는 끝났다는 사이먼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의 분석처럼, 코로나19로 기독교 신앙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회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입력:2020-04-07 11:05:01
[한마당] 캐스팅보터 50대
4·15 총선에서 50대가 최다 유권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연령별 유권자 수는 50대가 865만명(19.7%)으로 가장 많다. 이어 40대 836만명(19.0%), 30대 699만명(15.9%), 20대 680만명(15.5%), 60대 644만명(14.6%), 70대 이상 557만명(12.7%), 10대 115만명(2.6%) 순이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884만명으로 최다였던 40대는 48만명 줄어든 반면 838만명이었던 50대는 이번에 27만명 늘어 가장 많다. 50대는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40대 이하는 진보, 60대 이상은 보수 성향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50대 표심이 이번 총...
입력:2020-04-06 15:10:01
[칼럼] 예배의 중심 십자가를 바라보라
예배의 중심엔 십자가가 있다. 이 땅에 수많은 예배가 있다. 하지만 십자가가 중심이 아닌 예배는 참 예배가 될 수 없다. 예배에서 예수님의 위치는 정말 독특하다. 십자가를 지신 어린 양 예수님은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과 함께 예배의 대상이시다.(계 7:10) 그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예배를 드리시는 대제사장이었고 동시에 예배의 희생제물이었다.(히 9:11~12) 예배를 받으시는 분이 예배를 드리는 분이고 예배의 제물까지 된다는 말이 상상이나 되는가. 이런 삼중(三重) 역할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말씀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
입력:2020-04-06 11:10:01
[한마당] 선거 로고송
선거 로고송은 전령사 역할을 한다. 각 당과 후보의 선거 슬로건과 공약이 압축된 선거송을 통해 유권자들은 선거시즌임을 체감하고 표심을 정한다. 여야 정당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인상적인 메시지를 싣기 위해 고심한다. 4·15 총선에서는 ‘사랑의 재개발’이 부상했다. 유재석씨가 지난해 11월 유산슬이란 트로트가수로 변신해 부른 곡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모두 선거송으로 채택했다.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 다.” 이런 노랫말은 야당의 선거 전략인 정권 심판론에 보다 어울린다. 하지만 단...
입력:2020-04-05 15:10:01
[살며 사랑하며] 전염병과 예술가
코로나19의 위협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거세지는 지금,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우주를 향해 최첨단 로켓을 발사하는 선진국들이 기본적인 의료장비 부족으로 환자들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아까운 희생자가 속출한다. 이게 안타까움을 넘어선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전염병의 역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것의 실체에 대한 여러 진실을 보여준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혼란기에도 재능 있는 예술가들은 그 ...
입력:2020-04-05 15:10:01
[한반도포커스] 현실 안보, 군사력 강화가 우선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각국이 바이러스 통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면서 군사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은 미국에 작년 말까지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는 경고를 던졌었다. 미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국제사회의 장기제재 돌파를 위한 정치외교 및 군사적 조치를 공세적으로 천명하고 나섰다. 세계가 북한의 전략무기체계를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대로 북한은 올 3월 네 번의 실험을 포함...
입력:2020-04-05 15:10:01
[가리사니] 공무원은 영혼이 필요한 존재
현 정권 출범 후 기자들 몇 명과 저녁을 먹을 때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의 갈등설이 있어 자연스럽게 ‘관료의 역할’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정치부를 오래 출입한 모 기자는 공무원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공무원은 당연히 영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창출은 국민이 선택한 것이고, 이는 그들의 철학과 기조가 이미 국민의 동의를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무원은 국민이 동의한 현 정권의 정책 추진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저녁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기자의 말에 따르면 ...
입력:2020-04-05 15:10:01
[최현주의 알뜻 말뜻] 당신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잘못된 문장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숫자가 ‘불과’한 대우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숫자는 사람들이 그토록 중시하는 순위를 재고 역사를 기록하는 핵심문자였다. 가장 정확한 것,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의 증거이자 최상의 기호로 존중받았다. 수학과 과학, 의학, 농업, 음악에 이르기까지 숫자가 괄시받는 분야가 있었는가? 시계, 달력, 계산기, 자, 전화기, 지도, 저울, 카메라, 바코드…. 그 존재 이유나 기능이 숫자에 집중된 도구가 끝없이 등장하는 것은 인류의 삶에 그만큼 숫자가 중요해서이다. ...
입력:2020-04-03 15:10:01
[한마당] 1000원짜리 n번방 반성문
반성문.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문서. 글을 쓰면서 잘못을 자성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반성문의 취지가 요즘 n번방 가해자들로 퇴색됐다.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n번방 공범들이 수사·사법기관에 대거 반성문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일같이 재판부에 반성문과 호소문을 내고 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박사방에서 시작해 ‘태평양원정대’라는 성착취물 공유방을 별도로 만든 ‘태평양’, n번방 운영자 ‘와치맨’. 공판을 앞둔 이들은 요즘 반성...
입력:2020-04-03 15:10:01
[한마당] ‘여의도 차르’와 태구민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여의도 차르’(제정러시아 황제)로 불린다. 절대 권력을 잡은 것처럼 고집이 강하고 다소 독단적인 점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그는 지난 두 번의 대선과 20대 총선에서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선거를 총지휘해 모두 승리를 거뒀다. 태구민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다. 그는 북한 외교 전문가로 10년 이상 고위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2016년 8월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북한 주민들을 노예 같은 삶에서 구원해 ...
입력:2020-04-02 15:10:01
[세상만사]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 일상
얼마 전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음식점 사장님은 텅 빈 가게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게 되게 작죠? 손님이 없을 때는 더 작아 보입니다. 꽉 차면 희한하게 더 넓어 보인단 말이죠. 부자가 되는 기분이라 그런가. 요즘 이렇게 텅 빈 가게를 한참 보고 있을 때가 많은데, 심난하기만 할 것 같죠? 그래도 문득문득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의 심정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마음인지 자못 짐작이 됐다. 그를 안심시키는 것은 그가 매일 지켜내고 있는 ‘일상’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 출근을 하고, 손님이 오면 힘내서 음식을 만들어 내고, ...
입력:2020-04-02 15:10:01
[살며 사랑하며] 절전 모드
인간의 뇌를 혹사시키는 것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직장 내 중요한 정규 회의의 진행을 맡게 됐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회의 준비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시간과 노력을 적절히 분배하고 일정을 조정해 가능할 때에는 휴식을 취하는 등 나름 적응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상사나 회사 상황이 너무 변덕스러워 회의가 언제 열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내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전혀 예측하기가 어렵다면 어떨까? 설령 이런 기습 회의들이 종종 예상보다 쉽게 끝난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뇌는 이런 불규칙...
입력:2020-04-02 15:05:02
[혜윰노트] 헌 몸과 정든 몸
얼마 전 건강검진 차원에서 혈액 검사를 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꽤 높게 나왔다. 이 숫자는 해를 거듭하며 야금야금 상승 중이긴 했는데 이번에는 눈에 띄게 올라가 있었다. 정상 범위를 훌쩍 넘긴 수치에 의사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리고 어디 혈압도 한번 재보자고 했다. 나는 “저는 평생 저혈압이었는걸요” 하며 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혈압마저 내 예상 수치를 훌쩍 웃돌았다. 최종적으로 들은 소견은 이랬다. 작금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면 곧 치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엄마 잔소리 버전으로 말하면 아마 ‘그 따위로 살면 낼모레 골병 난다&r...
입력:2020-04-02 15:05:02
[한마당] 뉴델리의 파란 하늘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가스실’로 불릴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 Visual)이 2018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뉴델리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13.5㎍으로 조사 대상 62개 수도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11월 초엔 1000㎍/㎥를 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안전기준인 일평균 25㎍/㎥의 무려 40배다. 그런 뉴델리의 대기 질이 최근 크게 개선됐다. 대기오염 물질로 뒤덮여 뿌옇게 보이던 도시의 풍경이 또렷해졌고 잿빛 하늘은 원래의 파란색을 되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
입력:2020-04-01 15:10:01
[데스크시각] n번방 보도가 불편한 분들께
아내는 얼굴을 찡그린 채 신문을 서둘러 덮었습니다. 저도 불편했습니다. n번방 잠입 취재기가 국민일보에 보도됐을 때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읽는 내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희미하게나마 실체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상상 속에서도 떠올리기 힘든, 상상보다 훨씬 끔찍한 현실의 모습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이곳저곳에서 굳이 이렇게 보도해야 했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n번방에 대한 문제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여성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수차례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참혹함은 널리 전해지지 못했습니다. ...
입력:2020-04-01 15:05:02
[내일을 열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얼마 전 국민일보에 실린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인터뷰를 보고 소설가 김훈 선생이 전화를 주셨다. 최 교수가 공생과 공존, 공영이라는 훌륭한 메시지를 전했는데, 기사 제목이 아쉬웠다는 말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발병원으로 알려진 박쥐부터 재난기본소득, 4·15 총선까지 최 교수의 혜안이 거침없이 뻗어 나간 ‘바이러스에겐 77억 인간이 블루오션… 매년 전염병 올 수도’라는 기사에 대해서였다. “최 교수님 말씀은 인간이 박쥐 사는 데를 들쑤셔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거 아니에요? 그...
입력:2020-04-01 15:05:02
[한마당] 뉴스가 끊이지 않는 나라
주한 외교사절에게 한국은 일할 게 넘치는 나라다. 외교나 안보, 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일이 많고 IT, 바이오를 비롯해 본받을 분야도 적지 않아 본국에 보고서를 많이 보내야 한다. 그런데 외교관들에 비해 몇 배는 더 힘든 게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이다. 그들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뉴스가 끊이지 않는 나라다. 북·미 협상이나 북한 인권,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안이 계속 터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두 달 사이에는 정말 새로운 차원의 한국발 뉴스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우선 2월 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자 일이 막 쏟아졌다...
입력:2020-03-31 15:10:02
[청사초롱] 천문
‘이번 주말에는 시외로 나가 들판에 서서 큰소리로 출석을 부르려 한다// 매화 개나리 쑥 나싱개 원추리 산수유… 네 네 네 네 네 네… 봄날이 왁자지껄 시끌시끌 반짝이겠지’(졸시, ‘출석부’ 전문) 겨울 동안의 파업을 끝낸 나무와 풀들이 벌써 녹색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땅의 지붕을 열고 연초록들이 앳된 얼굴을 내밀어 오고, 햇살의 부리가 이 나무 저 나무의 수피를 쪼아댈 때마다 부화하는 병아리같이 꽃들이 가지 밖으로 환하게 부리를 내밀어 허공을 쪼아대고 있다. 봄밤은 새로이 태어난 생명들의 지저귀는 소리...
입력:2020-03-31 15:05:01
[살며 사랑하며] 디지털 안식일
요즘 부쩍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었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잠시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정도면 심각한 스마트폰 중독이구나 싶어서 휴대폰 하는 시간을 줄이기로 결심을 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처리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휴대폰을 하는 시간이 많아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어떻게 하면 제일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니 여러 가지가 있었다. 휴대폰을 다른 방...
입력:2020-03-31 15:05:01
[신종수 칼럼] 장기전이다, 지치지 말자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사태 정부 정책·의료 시스템만으론 한계… 연대·공동체의식 중요 국민 마음 모아 대응하면 국격 높이고 선진국 진입 발판 마련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 스페인 독감은 1918∼1920년 전 세계를 휩쓸면서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페스트는 1347∼1352년 유럽을 중심으로 크게 번져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1800만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인 독감과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 숫자도 숫자지만 눈에 띄는 것은 이 역병들이 오랫동안 창궐했다는 점이다. 스페인 독감은 2년, 페스트는 5년 동안 ...
입력:2020-03-31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