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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현길] 1998년과 2018년
“전후방에서 젊음을 바쳐 조국을 지키는 장병들에게 감사드리고 존경한다.” 1999년 11월 6일, 4주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32사단 훈련소 정문을 나온 만 26살의 박찬호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된 박찬호로선 동년배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병역 특례를 받은 1998 방콕아시안게임은 프로야구 선수의 참여를 처음으로 허용한 대회다. 최강 드림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던 관례에 따라 프로(12명)와 아마(10명)로 팀이 꾸려졌다. 특이한 건 아마 ...
입력:2018-09-09 15:10:01
[한마당-태원준] 디지털 독재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올해 대한해운과 영국 BAE시스템 등 9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한해운은 환경 피해를, BAE시스템은 핵무기 생산 관여를 문제 삼았다. GPFG는 1118조원을 운용하며 9000개 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윤리위원회를 두고 기업을 심사해 환경, 인권 등 기준에 미달하면 투자를 철회한다. 담배회사 석탄기업 무기업체 등 지금까지 200곳 이상을 배제했다.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대상은 애플과 구글이다. 각각 8조원과 6조원이 넘는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이 투자액 상위 10곳에 다수 포함돼 있다. 올 초 주주...
입력:2018-09-07 15:10:01
[한마당-태원준] 연설의 점수
사흘간 여야 교섭단체 대표 3명이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각각 1만자가 넘는 긴 원고를 들고 나왔다. 차이는 뚜렷했다.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연설 방식이 그랬다는 말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인 연설의 틀을 충실히 따랐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면서 당면 과제 5가지를 나열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문은 따옴표가 유독 많았다. ‘문워킹’ ‘사람 잡는 경제’ ‘세금 뺑소니 정권’ ‘오지랖퍼’ 등 감정이 듬뿍 실린 조어를 동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건조한 문장을 택하는 대신 &ldquo...
입력:2018-09-06 15:10:01
[한마당-이흥우] 이용호의 참회록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산 윤동주도 참회록을 썼다. 윤동주는 시로밖에 일제에 저항하지 못한 문약한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참회록을 통해 각오를 다잡으며 시인이 걸어가야 할 시대의 양심을 되새겼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참회록을 썼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시절 소득 상위 10%를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아동수당법 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고소득자 자녀에게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아동수당법은 이 의원 주장대로 만들...
입력:2018-09-05 15:10:01
[한마당-전정희] 송도 주차 사건과 배척 공동체
‘단지 내 주거민 외 외부인의 출입을 금합니다(CCTV 작동 중).’ 여의도 한 아파트단지 정문 옆 담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단지를 둘러싸는 다른 출입문에도 같은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대개의 아파트단지는 외부 사람이라고 해서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 80%가 외부인에 대한 개방을 택하고 있다. 외부 차량 주차를 막기 위한 자동개폐 장치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서울 여의도와 마포, 서대문 등지서 외부인 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을 자주 본다. 다중을 향해 ‘CCTV 작동’ 운운하며 그렇게 엄포를 놓아야 할까. 그 단지 밖 길을 걷는 사람, 대...
입력:2018-09-04 15:10:01
[한마당-이흥우] 전직 대통령의 품격
39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재임 1977∼81년)는 재임 시 인기가 없었다. 임기 중 발생한 이란 이슬람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막지 못했다. 임기 내내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반대파는 ‘가장 허약한 대통령’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결국 그는 재선에 실패했다. 선거에서 참패한 카터는 알거지나 다름없었다. 고향 조지아로 돌아온 그에게 남은 거라곤 100만 달러가 넘는 빚더미뿐이었다. 그는 저서 ‘나이 드는 것의 미덕’에 ...
입력:2018-09-03 15:05:01
[한마당-지호일] 다시, 공화주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국체(國體)를 언급한 헌법 제1조 1항은 ‘민주’와 ‘공화’의 절묘한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짓누르는 무게 탓이든, 박정희 군사정권 아래의 ‘공화당’이 막연한 기피증을 키운 탓이든 한국 사회에서 공화주의는 화석화된 정신 최급을 받거나 무관심, 반감 속에 자리하고 있다. 마치 질주하는 민주에 기생하는 부속물같이. 동양에서 공화(共和)라는 말이 등장한 건 거의 3000년 전이다. 중국 주나라의 려왕이 폭정을 일삼자 제후들이 왕을 쫓아내...
입력:2018-09-02 15:10:01
[한마당-신종수] 김&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이다. 최근 두 사람은 50여일 만에 만났다. 둘 중 한 사람이 그만두거나 둘 다 그만둬야 할 것 같았는데 두 사람 모두 유임됐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개각을 앞둔 며칠 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소득주도성장), 김 부총리(혁신성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공정경제)은 유임된다는 말로 들렸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당분간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
입력:2018-08-31 15:05:01
[한마당-김용백] 문화접대비
정부가 28일 확정한 ‘2018년도 세법개정안’에는 기업의 문화접대비를 확대하는 내용이 있다. 적절성 논란이 있었지만 기업이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증정용으로 구입한 비용을 문화접대비에 포함시켰다. 식사 주류 등의 가격을 포함한 기업의 관광공연장 입장권도 전액을 문화접대비로 인정했다. 문화·예술·관광 부문 지원이라는 취지를 이해하지만 기업들의 문화접대비 활용이 얼마나 늘지는 의문이다. 문화접대비는 문화 진흥 또는 기업의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일반 접대비 이외의 접대성 문화비를 조세법에 따라 추가 손비(損費)...
입력:2018-08-29 15:05:01
[한마당-라동철] 공적 마인드 부재
함승희(67) 전 강원랜드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변호사다. 1980∼90년대 초반 서울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 등에서 권력형 비리 수사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 등 거물급 인사를 숱하게 구속시켜 ‘저승사자’란 별명까지 얻었다. 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박상원이 연기한 강우석 검사는 함 전 사장이 모델이라고 한다.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95년 재직 때 담당했던 사건의 뒷얘기를 담은 책 ‘성역은 없다’를 펴내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 후광으로 2000년 새정...
입력:2018-08-28 15:10:01
[한마당-김준동] 방탄소년단과 굿즈(Goods)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들를 일이 있었다.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을 제외하면 평소 한산한 경기장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뤄 깜짝 놀랐다. 주로 10대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경기장을 빙 둘러싸고도 남을 정도의 긴 줄이었다. 한 학생에게 “누가 오느냐”고 물으니 그것도 모르느냐는 식의 퉁명스러운 답이 왔다.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가 25, 26일 이틀간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다는 대형 현수막과 공식 기념품을 판다는 안내문을 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판매소는 25일 오전 9시에 문을 열...
입력:2018-08-27 19:40:01
[한마당-이흥우] ‘병역혜택용’ 국가대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열기가 뜨겁다. 올림픽 열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개인과 나라의 명예를 위해 땀과 눈물을 쏟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투혼만큼은 올림픽 때와 다를 바 없다. 운동선수라면 인생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게 아닐까 싶다. 특히 남자 선수일 경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따면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구성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이다. 전력이 평준...
입력:2018-08-24 15:10:01
[한마당-신종수] 태풍 예보 한·일전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를 놓고 우리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의 예보가 달라 혼선을 겪었다. 당초 우리 기상청은 솔릭이 23일 전남 목포 서쪽 해상을 거쳐 충남 보령 인근으로 상륙한 뒤 24일 서울 남쪽 약 30㎞까지 북상, 휴전선 인근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봤다. 수도권을 휩쓸고 가는 경로다. 반면 일본 기상청은 23일 전남 신안 가거도 남서쪽 해상 부근에서 동북 방향으로 진로를 꺾어 전북 군산 부근으로 상륙해 중부 내륙을 대각선으로 관통한 뒤 24일 강원도 강릉 부근을 지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을 피해 가는 경로다. 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수도권...
입력:2018-08-23 15:10:01
[한마당-전정희] 108년 전 공무원 시찰 일기
“지금에는 (공무원의) 월급과 사무비용을 가구에 분배하여 백성에게 부담하게 하였은 즉 백성의 옷을 입고, 백성의 식량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라… 정신을 기울여 업무에 힘쓰라.” 1911년 8월 7일 경남 거제군수 이원호가 관내 10개면 면장과 공무원에게 한 훈유 기록이다. 1910년 5월 부임한 이원호는 “겨울이면 칡뿌리로, 가을이면 보리로 연명하고 움막에서 생활하는 가난을 벗어나보자”며 “지식을 경쟁하고 부강을 이루기 위한 시찰단을 뭍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면장 등 20명으로 도내 통영 마산 창원 진주 등을 시찰...
입력:2018-08-21 15:05:02
[한마당-배병우] 文정부 잡는 ‘노무현 트라우마’
지난주 발표된 7월 고용동향은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직격탄이다. 작년 월 평균 30만명씩 늘어나던 취업자가 몇 달 새 5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도 없었다. 오히려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주요국 경제는 과열이거나 최소한 순항 중이다. 그간 생산가능인구 감소 때문이라던 정부 관계자들도 예상을 넘는 이번 수치에 대해서는 인구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서비스업과 자영업 일자리 감소에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10만1000...
입력:2018-08-20 15:05:01
[한마당-배병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지난 6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사흘간 머물렀을 때 ‘보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600여년간 중·동부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제국의 역사와 전통이 내뿜는 장엄함과 우아함의 자장(磁場)이 느껴졌다. 미술과 음악은 빈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인다. ‘키스’로 유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거장들의 작품이 시내 곳곳의 미술관을 채우고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답게 매년 1만5000편의 뮤지컬과 발레 공연, 콘서트가 열린다. 단순함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현대식 건물과 도시 인...
입력:2018-08-17 15:05:01
[한마당-김명호] 무능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발생시킨 당시에 갖고 있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뭔가 범상치 않은 이의 말 같지 않은가. 맞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문제란 뭔가. 굳이 정의하자면 우리가 어떤 종류의 장애에 부딪혔을 때의 상황이다. 나와 우리, 내가 속한 조직의 주변에서는 늘 장애가 생긴다. “그 사람 그거 안 고쳐져.” 살면서 흔히 해봤거나, 들어봤던 말이다. 노인들 대부분은 인식의 틀을 바꾸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새로운 흐름이나 인식에 적응할 시간도 없고, 자신감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게다...
입력:2018-08-16 15:05:01
[한마당-이흥우] 서구적 시각
상호나 기관 단체명에 자주 사용되는 명칭이 ‘대한’, ‘한국’ 아닐까 싶다. ‘극동’ 또한 이에 못지않다. 대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대명사로 오랫동안 인식되어온 영향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사용 빈도가 떨어졌지만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때 극동 문제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세계지도에는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왼쪽에 유럽과 아프리카, 오른쪽에 아메리카 대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우리나라를 중심이 아닌 동쪽의 끝을 의미하는 극동이라 하...
입력:2018-08-15 15:10:01
[한마당-김용백] 엔딩에 대해
요즘 폭염만큼이나 매미의 울음도 맹렬하다. 바람이 서늘해지면 매미들은 자취를 감추기 마련. 수년간 애벌레로 살던 나무뿌리의 흙에서 나와 한 달 정도 성체로 지내다 다시 나무 밑 흙으로 스러진다. 사람도 행복한 최후를 맞고 흙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행복한 최후에 대한 열망은 다양한 관습과 현상을 만든다. 오래전부터 화장이 보편화된 일본에선 엔딩(Ending) 문화와 산업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엔딩 박람회가 열릴 정도다. 비영리법인 엔딩센터는 사후 동일한 벚나무 수목장을 예약한 ‘하카모토(墓友)’ 독거노인들의 교제 공간으로 단...
입력:2018-08-10 15:05:01
[한마당-태원준] 비자림로
넉 달 전 화장품업체가 월급 860만원짜리 ‘알바’를 모집했다. 제주도에서 두 달간 산림보호 활동을 하며 숲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20대 청년 한 명을 선발해 숲 파수꾼이란 직함과 함께 비자림으로 보냈다. 제주 고유목인 비자나무 녹나무 황칠나무에서 추출되는 원료가 이 회사 화장품에 사용된다. 청년은 숲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울창한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으며 1720만원을 벌었다. 업체는 숲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이 돈을 썼다고 한다. 비자림은 세계 최대의 단일 수종 숲이다. 500년 넘은 비자나무 2800그루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
입력:2018-08-09 15:05:01
[한마당-라동철] 열섬현상
대도시 중심부는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열섬현상이라고 한다. 도심을 중심으로 동심원의 기온 분포를 보이는 등온선(等溫線)의 형태가 섬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건 각종 인공열과 건축물, 대기오염 등으로 도심의 대기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 등은 낮 동안 태양열을 흠뻑 빨아들여 머금고 있다가 밤이 되면 서서히 방출한다. 그렇게 배출된 열은 대기를 달구고 지표열이 배출되는 걸 방해한다. 고층건물은 바람의 흐름을 막고, 자동차와 에어컨 실외기 등에...
입력:2018-08-08 15:05:01
[한마당-전정희] 여성 시위와 ‘진보되지 않는 덕’
“무식한 여자라야 덕(德)이 있다.” 중국 성인들이 했다는 이 말은 조선에도 반영됐다. 중국 국민당 정부의 천재적 외교관으로 불리던 천유런 어머니도 변호사 출신의 잘난 아들이 사생아 출신 고학력 여성과 결혼하려 들자 이 말을 들이댔다. 덧붙이길 “온종일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온갖 소리 해대며 종알거리면 너만 불행해진다”고 했다. 김명호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중국현대사 글에 나오는 일화다. 소중화를 자처했던 조선이었으니 당연히 여자는 무식이 덕이었다. 조선 중기, 전체 인구의 10% 미만이 양반이었고 나머지는 신분이랄 것도 ...
입력:2018-08-07 15:05:01
[한마당-김명호] 해편
1993년 3월 8일 낮, 이경재 청와대 공보수석이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했다.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 해임. 두 사람은 당시 군내 육사 출신 사조직 하나회의 정점이었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치는 ‘깜놀’ 뉴스였다. 군 인사는 6월에 예정돼 있었다. 4월 1일에는 수도방위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이 전격 경질됐다. 만약 쿠데타가 일어나면 순식간에 서울을 장악할 부대의 지휘관들이다. 이어 15일 군단·사단장급 인사가 단행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 중심의 정치군인들을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제거한다. 기무사령관 등의 해임이 ...
입력:2018-08-06 15:10:01
[한마당-김현길] 한·일 축구의 디커플링
한국과 일본은 축구에 있어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닮은 점도 많다. 일단 월드컵 성적이 그렇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썼고 일본 역시 목표였던 16강 진출을 이뤘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세 번의 월드컵에서 두 나라는 나란히 16강 탈락-진출-탈락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엔 원정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 누렸고, 2014년엔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같이 겪었다. 대표팀 감독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두 나라는 2002년 이후 2010년까지 세 차례 월드컵에서 외국인, 외국인, 자국인 감독을 기용했다. 2014년은 한국이 자국인(홍명...
입력:2018-08-05 15:05:01
[한마당-라동철] 전기요금 누진제
전국이 역대급 불볕더위(폭염)에 후끈 달아올라 있다. 기온이 30도 중·후반대까지 치솟는 낮은 말할 것도 없고, 새벽에도 에어컨 리모컨에 자꾸만 손이 간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은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걱정이다. 주택용(가정용)은 전력을 일정량 이상 사용하면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비전력량이 1구간(200㎾h 이하)이면 1㎾h당 요금이 93.3원이지만 2구간(201∼400㎾h)은 187.9원, 3구간(400㎾h 초과)은 280.6원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 평균 전력소비량은 350㎾h정도, 요금으로는 4만8445원꼴이다. 에어컨을 웬만큼 틀...
입력:2018-08-03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