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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작은 연못
‘작은 연못’. 1972년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부른 노래다. 노래도 가수도 예뻤는데 노랫말은 스릴러다. 깊은 산 작은 연못에 예쁜 붕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단다. 어느 여름날 이 둘이 서로 싸웠고 한 마리가 죽어 물 위에 떠올랐다. 죽은 붕어의 살과 함께 물도 썩었고, 연못은 아무도 살 수 없는 검고 더러운 물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 노래는 ‘아침 이슬’ 등과 더불어 금지곡이 됐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북 화해를 조장해서거나 아니면 당시 권력자들의 다툼을 비꼬았다는 이유라고 한다. ‘작은 연못’은 꼭 50...
입력:2022-10-03 14:05:01
[시온의 소리] 기복신앙
교회에서 가장 흔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신앙이 ‘기복신앙’이다. 기복신앙은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매력이 없다. 기복신앙의 매력은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면 내가 먼저 잘 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부자 돼서 가난한 사람 돕고, 성공해서 약자 도우라!’이런 식이니 매력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잘 넘어간다. 하지만 세상 권세와 부가 생긴 다음 약한 자를 돕겠다는 것은 분명히 세상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강력한 우상인 ‘맘몬’(재물의 신)의 함정이다.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일하지 ...
입력:2022-09-28 14:05:01
[시온의 소리] 좌우명
자리 좌(座), 오른쪽 우(右), 새길 명(銘)의 좌우명(座右銘)이다. 좌우명은 자리의 우측에 새겨둔 말씀을 뜻한다. 교훈이 될 만한 말씀을 자리 가까이에 두고 자신의 인격과 삶을 갈고닦는다는 뜻이다. 좌우명은 중국 후한(後漢) 시대 학자이며 명필인 최원(崔瑗)의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최원의 스승인 채옹은 숭산 석실에 들어가서 30년간 서도(書道)에 매진했는데, 드디어 득도하여 영자(永) 8법을 익혔고 당대 최고의 명필이 되었다. 채옹의 서체가 최원에게 전해졌고 최원의 필법이 제자 장지에서 위부인, 왕희지에게 차례로 전수됐다. 최원의 좌우명은 다음과 같...
입력:2022-09-26 14:05:01
[시온의 소리] 낮은 곳에 불평등과 재앙이 겹쳐올 때
폭염과 폭우, 태풍으로 얼룩졌던 여름이 지났다. 여름은 지났지만 여름의 흔적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직 복구되지 못한 삶의 현장과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은 변하는 계절 앞에서 황망하기만 하다. 아침과 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계속되는 가을 태풍과 불가항력적인 사태들로 인한 걱정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데 더해지는 한기 속에 마음조차 더욱 서늘하다. 노벨상 수상자 50여명을 대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11가지의 다양한 원인이 나왔는데 그중 1위는 환경문...
입력:2022-09-21 14:10:01
[시온의 소리] 신뢰, 채움과 비움의 미학
불과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이야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사회적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한 듯하다. 정치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을 코로나가 해냈다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이젠 누구도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지 않는다. 이번 정부가 ‘공정과 법치가 있는 삶’을 내걸고 당선된 것만 봐도 이미 과거형이 된 듯하다. 지금은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신뢰가 있는 삶’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공정과 법치가 있는 삶을 공으로 얻으려다 불신의 늪에 깊이 ...
입력:2022-09-12 14:10:01
[시온의 소리] 지구에 찍힌 그리스도의 발자국
인간이 걸어가면 그 뒤로 발자국이 남는다. 영화나 소설을 보더라도 실종된 사람을 찾거나 누군가를 추적할 때 발자국이 결정적 실마리가 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발자국은 인간의 행동 생각 태도 등이 만들어내는 흔적 혹은 영향을 뜻하는 은유로 많이 사용된다. 발자국을 자기 작품에 핵심 은유로 삼은 작가도 있다. 그리스도교 교리에 대한 동양적 해석을 시도했던 일본 소설가 엔도 슈샤쿠는 죄 개념은 중요시했지만 죄론의 설명 방식을 어려워했다. 결국, 그는 죄를 ‘다른 사람의 삶에 남겨진 나의 발자국을 망각하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나와 너의 만남은 ...
입력:2022-09-07 14:05:01
[시온의 소리] 뿌듯함, 땅에서 느끼는 천상의 기쁨
“뿌듯함, 오늘 아침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 한동안 온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련하게 스쳐 지나던 감정을 작가가 친절하게 콕 집어서 알려주었다. 아니 작가가 이 감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드라마를 쓴 것일지 모른다. 우리말은 아름답고도 깊이가 있다. ‘뿌듯하다’라는 형용사는 의태어다. 주머니가 불룩할 정도로 꽉 들어찬 모양을 묘사하는 데서 기원해 꽉 찬 느낌을 표현하는 추상적 단어로 발전했다. 성취감 자...
입력:2022-09-05 14:05:01
[시온의 소리] 예수가 되든지 개가 되든지
그림 앞에서 넋을 잃곤 합니다. 얼마 전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by RUBENS, Peter Paul 1631~32, Oil on canvas, 304x250㎝, Pinacoteca di Brera, Milan)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이 그림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한 부유한 여성이 자기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루벤스에게 의뢰해서 벨기에 한 교회의 제단화 일부로 쓰인 작품입니다. 여기엔 최후의 만찬이 담겨 있습니다. 빵을 든 예수님의 머리엔 후광이 둘러 있고 그분이 바라보는 하늘에서 빛이 내...
입력:2022-08-31 14:10:01
[시온의 소리] 세종대왕의 향악 정신
세종이 다스리던 조선시대는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를 했던 때다. 당시 우리나라의 모든 국가적 예식에는 중국 음악이 사용됐다. 연회장에서나 제사를 지낼 때나 중국 음악과 중국 악기가 주인 노릇을 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세종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자신의 권력 기반이 잡힌 후에는 모두 우리의 전통 음악으로 바꾸어버렸다. 세종은 특히 종묘에서 행하는 국가적 제사에 중국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왜 우리나라의 역대 왕들을 모신 종묘의 제사에 우리의 고유한 음악을 버리고 중국 음악을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오늘...
입력:2022-08-29 14:10:01
[시온의 소리] 눈물 내리는 마음
피천득 선생의 수필 ‘눈물’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피에타를 기억하는 이유는 마리아의 보이지 않는 눈물 때문이라고 한다. 이 눈물과 함께, 선생은 수많은 눈물을 떠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그 정한(情恨)이 무엇이든 간에 비 맞은 나무가 청신하게 되듯이 눈물은 마음을 씻어준다고. ‘그랬구나! 그래서 눈물을 잘 흘리는 선생의 마음이 그리도 청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말미에 그는 “도시에 비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이 내린다”라는 구절을 인용한다. 그리고 “이 ‘눈...
입력:2022-08-24 14:05:01
[시온의 소리] 다른 가치를 산다는 것은
오르면 앉고 싶고 앉으면 휘두르고 싶은 것이 인간의 권력욕인가보다. 분야를 막론하고 가진 재주와 상관없이 마치 경주마라도 된 듯 너도나도 한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린다.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극단적이고 영화보다 더 비극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숨은 반전이 있기 마련이다. 봐주는 이 없어도 새로운 가치를 심고 가보지 않은 땅에 길을 내는 이들이 있다. 시작은 늘 자그마하다. 그래서 신선함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언제나 작은 곳에서 피어난다. 같은 세상에서 다른 가치를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는 비단 신앙인만이 던...
입력:2022-08-15 14:05:01
[시온의 소리]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주인공의 자기소개다.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서도 만점 가까운 점수를 얻어도,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이유로 갈 곳이 없다. 반년의 백수 생활 끝에 겨우 한 로펌에 취직했지만, 그를 향한 동료들의 첫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우영우는 특유의 기억력과 통찰, 세상을 보는 선한 눈을 가지고 여러 복잡한 사건을 해결해낸다. 우영우처럼 바로 ...
입력:2022-08-10 14:05:01
[시온의 소리] 진품의 향기
오래전 한 성도로부터 시계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ㄹ’ 자로 시작되는 명품시계다. 이상하게도 시간이 잘 맞지 않았다. 일주일에 2분 정도 늦게 가서 매주 시계를 맞춰야 했다. 필시 짝퉁이라고 생각해 함부로 대하고 아무 데나 팽개쳐 놓기도 했다. 몇 년 후 시계가 골골거리다 결국 멈춰 버리고 말았다. 시계 수리점을 찾아 사장님께 물었다. “이거 짝퉁이지요?” 그렇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버릴 셈이었다. 그런데 웬걸 사장님이 말한다. “이거 정품 ‘ㄹ’ 시계입니다. 차고 다닌 지 10년이 되셔서 분해 소제 한 번 하셔야겠습니다.&...
입력:2022-08-08 14:05:01
[시온의 소리] 고난이 남기는 유익
세계 최고의 명품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이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이 바이올린은 현재 100여대만이 남아있고 그중에서 연주에 쓰일 만한 것은 50여대뿐이다. 가격은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이 악기의 음색을 현대의 과학으로 풀어 더 좋은 악기를 만들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에 대해 몇몇 사람이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무 나이테 전문가인 미국 테네시대의 헨리 그리시노마이어와 기후학자인 컬럼비아대의 로이드 버클 박사는 이 악기...
입력:2022-08-01 14:05:02
[시온의 소리] 복
“나는 복 받으려고 예수 믿는다.” 아주 좋은 말이다. 그런데 “그 복이 도대체 무엇이냐”를 물어보면 돈도 많이 벌고 건강도 누리고 높은 자리에 올라 성공도 하는 그런 복을 말씀하신다. 이 복을 받으려고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 때 눈물 콧물 흘려가며 기도하신다. 좋다. 그리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고 복의 지경을 좀 더 넓혀보길 권해본다. 개신교의 시작을 알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1483~1546)의 말을 꺼내 본다. 루터의 말대로 하면 ‘신앙의 목표와 효과는 복됨(selig werden)에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
입력:2022-07-27 14:05:01
[시온의 소리] 휴가, 진정한 쉼은…
휴가의 계절이 됐다. 코로나19로 움직일 수 없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반갑기 그지없는 시절이다. 그러나 올해는 ‘베케플레이션’(베케이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이 또다시 발목을 붙잡을 것 같다. 훌훌 털고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캉스’(홈캉스, 몰캉스, 북캉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휴가’라는 말이 설렘보다는 걱정과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일하는 것만큼 쉬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 편하게 쉼을 누릴 수 ...
입력:2022-07-20 14:05:01
[시온의 소리] ‘스펙’이 높을수록 반지성이 빛나는 이유
정부가 바뀐 지 두 달이다. 반응이 흥미롭다.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부터 쉬며 ‘벌써’가 아닌 ‘겨우’를 외친다. 겨우 두 달인데 피로감은 흔한 말로 ‘말년 병장’급이다. 사라진 것이 비단 청와대만은 아닌 듯하다. 아예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무정부 상태의 국가 체험기 같다. ‘검사 나으리’들만 신이 나 자신들의 공간인 검찰 내 조사실로 국민을 통째로 불러들여 강제체험을 시키는 그림인데, 아무도 겁을 먹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픈 설정에 ‘풉’을 날린다. 눈에 힘을 주고 예의 압수...
입력:2022-07-18 14:10:01
[시온의 소리] 이대남의 귀환
이대남, 문제의 시작은 역시 군대다.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했지만 입대 전 마음잡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군에 가서 ○고생하고, 전역하고 보니 동기 여학생보다 저만큼 뒤처져 있다. 이들은 최저 시급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요, 게임 산업과 자격증 시장의 주요 고객이다. 이번 생에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니 주식과 코인에 몰두하는데 번번이 당하기만 한다. 이 좋은 세상 젊은 애들이 패기가 없다고 할아버지에게 한소리 듣고, 정치에 관심 안 둔다고 욕 얻어먹고, 잠재적 성범죄자가 된 것 같아 눈을 둘 곳조차 없다. 가끔 청년들을 생각해 준답시고 ...
입력:2022-07-11 14:05:01
[시온의 소리] 나비효과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1972년 제139차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했던 강연 제목, ‘브라질에서의 한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는가’에서 유래했다. 로렌츠는 실험을 통해 기후의 변화가 아주 작은 변수에 의해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다시 말하자면 아주 심각한 사건도 보잘것없는 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은 어느 시골 은행의 부도로부터 시작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
입력:2022-07-04 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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