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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윤중식] 재팬 보이콧을 넘자
매일 아침 일본 왕이 있는 도쿄를 향해 절을 하고 ‘황국신민의 맹서’를 소리 높이 외치며 자랐다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자신의 책 ‘생각’(생각의 나무)에서 지금도 소년시절을 생각하면 가위눌릴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이 전 장관은 책에서 “일제에서 해방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흑백논리의 덫에 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지가 묶여 있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생각이 갇혀 있는 답답함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꼬집었다. 한국인 가운데 충무공 이순...
입력:2019-08-02 15:10:01
[빛과 소금-송세영] 불의한 이익
가습기살균제를 딱 한 번 사본 적이 있다. 2003년쯤이었다. 초음파 가습기가 유해세균의 온상이라고 해서 세균 번식 우려가 적은 가열식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인으로부터 초음파 가습기를 선물로 받았다. 디자인이 세련된 데다 소음이 적고 분무량도 많아서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하지만 세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매번 초음파 진동자를 청소해야 하는 게 번거로웠다. 그 무렵 대형마트에 갔다가 가습기살균제 판매대를 봤다. 간편하게 유해세균을 없앤다는, 혹할 수밖에 없는 광고 문구에 1+1 세트를 구입했다. 다행히 겨울이 끝나가던 무렵이어서 한두 번 사용...
입력:2019-07-26 15:05:01
[빛과 소금-노희경] 할머니와 마음 나누기
지난 4월부터 고등학생 딸과 함께 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어르신 말벗 봉사’를 하고 있다. 매월 한 차례 이영희 할머니 댁을 방문해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할머니는 3층짜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른바 독거어르신이다. 가정을 방문해 할머니의 정서를 지지해주는 게 봉사활동의 주목적이다. 1953년생인 할머니는 훨씬 연로해 보인다. 눈이 잘 보이지 않고, 허리디스크로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하다. 뇌졸중으로 말하는 게 어눌해 처음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할머니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
입력:2019-07-19 15:05:01
[빛과 소금-전정희] “누가 역적이오!”
“이 저고리와 모직 치마는 주인 색시 예배당 입고 가라고 그냥 두지.” “차압 집행 맞은 집 메누리가 잘 입고 회당 가서 무얼하겠습네까. 어서 한 가지라도 돈 되게 하시라요.” 1920년 초 평남 강서군 독립운동가 김예진 목사(당시 전도사) 집에 집달리들이 들이닥쳐 여기저기 차압 딱지를 붙였다. 김예진 한도신 부부는 당시 부모 김두연 부부를 모시고 살았는데 김두연은 정미소를 하는 지역 유지였다. 그런데 김예진이 평양 숭실학교를 다니면서 독립운동을 벌였고 1919년 3·1운동 때 체포되어 징역살이했다. 김예진은 그해 10월 병보석으...
입력:2019-07-12 15:05:01
[빛과 소금-윤중식] 대통령의 기독교 패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제51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관례상 현직 대통령이 빠짐없이 참석해온 기독교의 대표적인 기도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각각 탄핵 소추와 탄핵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불참한 것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전례가 없다. 국가조찬기도회는 나라와 민족,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행사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후 누적된 피로에도 불구하고 고 이희호 여사 빈소를 찾았다. 다음 날은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연차휴가를 냈다. 문 ...
입력:2019-07-05 15:05:02
[빛과 소금-송세영] 그래도 희망
U-20월드컵, 류현진, 손흥민,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최근에 좋았던 뉴스를 꼽아 보니 대부분 스포츠와 문화 쪽이다. 나머지는 온통 우울한 소식들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과 북·미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국내 정치는 ‘올스톱’됐다. 경제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출산율은 인구절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낮다. 청년들과 가난한 이들의 좌절은 깊어가고 엽기적인 잔혹 범죄, 인륜을 저버린 패륜 범죄도 잇따른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패권을 놓고 무역전쟁 중이며 민간 유조선 2척이 공격받을 정도로 ...
입력:2019-06-21 15:05:01
[빛과 소금-노희경] 고마워요, 청년
한때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골프 여왕’ 박세리 선수를 보는 즐거움으로 산 적이 있다. 밤낮이 바뀌는 일상에도 아랑곳없이 바다 건너 먼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두 선수의 경기에 열광했다. 어깨에 큰 돌덩이 하나씩은 얹은 듯 온 국민이 잔뜩 움츠리며 살던 외환위기 시절 이야기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1998년 세계 최고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박세리는 공이 해저드에 빠지는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못에 두 발을 담근 채 ‘맨발 샷’을 날렸다. 그리고 우승. 박세리가 두 팔 벌려 환호할 때 국민 모두 움츠렸...
입력:2019-06-14 15:05:01
[빛과 소금-전정희] 6·25전쟁, 박완서 박수근 김복순
소설가 박완서의 등단작 ‘나목’은 지금도 꾸준한 스테디셀러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됐을 정도입니다. 전후 소설이자 작가의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1951년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스물한 살의 박완서는 몰락한 개성 출신 집안 딸로 홀어머니와 어린 조카들까지 책임져야 했습니다. 서울대 국문과 2학년이었죠. 콧대는 높았으나 당장 끼니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울 영천 산동네에 살던 그가 어느 날 폐허가 된 시내에서 일자리를 구하다 오빠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오빠가 전쟁 통에 죽었기 때문에 미군 파...
입력:2019-06-07 15:05:01
[빛과 소금-윤중식] 내가 왕 바리새인이로소이다
“세계 최대 규모 교회의 담임목사라는 타이틀 자체가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했어요. 바리새인은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바로 하나님을 가장 잘 섬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지난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가 남긴 후일담이다. 순례 중 가지고 간 고 허윤석 선교사의 저서 ‘내가 왕 바리새인입니다’(두란노)를 읽고 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브라질과 아마존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별세했다. 예수께서...
입력:2019-05-24 15:05:01
[빛과 소금-송세영] 대북 쌀 지원, 이념보다 사랑
1994년 8월 대홍수가 결정타였다. 나무를 베어내고 개간한 산과 숲은 빗물을 머금지 못했다. 골짜기마다 급류가 쏟아져 내렸고 하천은 범람했다. 북한 땅의 75%가 수해를 입은 ‘100년 만의 대홍수’였다.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물에 잠겨 썩어나갔고 수해를 피했어도 쭉정이만 남았다. 평양에서 멀고 낙후된 지역부터 정기 배급이 중단됐다.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굶주린 주민들은 산으로 올라가 나무껍질을 벗겨 먹기 시작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넜다. 탈북자들의 증언과 비정부기구(NGO)들의 조사에 따르면 그해 가...
입력:2019-05-17 15:05:01
[빛과 소금-노희경] ‘교회오빠’ 욥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욥 1:1) 구약성경 욥기의 주인공 욥은 하나님으로부터 크게 칭찬받은 인물이다. 그런 욥을 사탄이 시험한다. 인간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온갖 고난이 하루아침에 휘몰아친다. 전 재산을 빼앗기고 집이 무너져 내려 사랑하는 자식이며 종들까지 모두 잃는다. 극심한 피부병에 걸려 기와로 몸을 벅벅 긁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살면서 이런 고난을 당해본 적 없고, 감히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기에 솔직히 욥이 겪은 고통의 깊이를 ...
입력:2019-05-10 15:10:01
[빛과 소금-전정희] 심령의 성전은 태울 수 없다
2013년 7월 29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서로 손잡고 기도하던 네 분의 목사님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성전 2층 철골조가 세워졌고 이것에 감사해 통성 기도하던 분들이었습니다. 그해 10월 이 성전은 ‘설악산교회’ ‘설악산선교수양관’이라는 이름으로 헌당됐습니다. 그때 그 목사님들은 “북한 복음화의 불길이 이곳에서 시작돼 위쪽으로 타올라 북한 땅이 1907년 평양대부흥회처럼 재현되기를 바란다”라고 소원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성전에서는 탈북자 집회 등 성령의 불길로 타올랐습니다. 그 ...
입력:2019-05-03 15:05:01
[빛과 소금-윤중식] 단편영화 ‘모스트’와 대속
운전대를 잡지 않고 차 안에서 업무를 보거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했을 때 ‘트롤리 딜레마’는 단순한 철학적, 윤리적 사고 실험이 아닌 현실 문제가 된다. 트롤리 딜레마는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다. 열차가 선로를 따라 달리고 있고, 선로 중간에서는 인부 5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 손에는 열차의 선로를 바꿀 수 있는 전환기가 있다. 5명을 구하기 위해서 선로를 바꾸는 전환기를 당기면 된다. 하지만 다른 선로에는 ...
입력:2019-04-19 15:05:02
[빛과 소금-송세영] 태안의 기적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북서쪽 8㎞ 해상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가 대형 해상크레인 선박 삼성1호와 충돌했다. 유조선의 유류저장 탱크에 커다란 구멍이 나 1만900t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져 내렸다. 당국이 긴급방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조류를 타고 떠내려간 원유가 해안까지 밀려왔다. 조개와 물고기들이 기름 찌꺼기를 뒤집어쓰고 대량 폐사했다. 어촌과 갯벌, 백사장이 시커먼 기름으로 덮였고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해상 오염에서 회복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우였다....
입력:2019-04-14 20:16:45
[빛과 소금-노희경] 배우 김혜자가 ‘눈이 부신’ 이유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노인 혜자’가 전한 마지막 내레이션 중 일부다.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란 걸 전해주며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
입력:2019-04-05 15:05:02
[빛과 소금-전정희] 놀라운 지자체, 부끄러운 교계
광주광역시 양림동 일대를 ‘양림역사문화마을’이라고 부른다. 서울로 치자면 인사동과 비슷한데 그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자면 양림동이 훨씬 빼어나다. 양림동은 근대 역사문화공간으로서 기독교 유적 보존과 스토리텔링으로 발길을 붙잡아 두는 매력이 있다. ‘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양림역사문화탐방’ 예약은 이달 말까지 마감된 지 오래다. 선교사 사택을 활용한 게스트 하우스들도 대개 12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 양림동이 수도권이었으면 젠트리피케이션화되었을 것이다. 양림동 면적은 0.68㎢로 여의도의 5분의 1 정도다. 양림동은 조선...
입력:2018-12-14 15:05:01
[빛과 소금-윤중식] 보헤미안 랩소디와 한국교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그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 누적 관객 500만명도 넘어섰다. 역대 음악영화 흥행 2위 ‘미녀와 야수’(2017년 513만명)의 흥행 성적을 깼고 1위인 ‘레미제라블’(2012년 592만명)의 기록까지 깰지가 관심사다. 1970, 8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전설의 밴드 ‘퀸’이 비수기 극장가를 ‘떼창’으로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당시 평단은 저속한 가사와 상업적 감성의 멜로디가 강한 퀸의 대중적 지향성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퀸의 리더인 프레...
입력:2018-11-30 15:05:01
[빛과 소금-송세영] 분노를 위한 분노
서울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이 10년 전쯤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심야시간 취객들의 단순 시비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치부되지 않았을까.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는 가려졌겠지만 지금처럼 전국적인 화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 언론에 포착됐다 해도 ‘남성혐오 여성혐오 발언이 폭행으로 번졌다’는 정도의 가십성 기사로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수역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 같을 수는 없다. 특정한 가치관에 반대할 수도 있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불편할 수도,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 자체가 싫을 수도 있다. ...
입력:2018-11-23 15:05:02
[빛과 소금-전정희] 봉지커피만 파는 카페
서울 구로초등학교 교문 앞 골목에 아담한 카페가 있습니다. ‘아홉길사랑 구로’라는 카페입니다. 2012년 ‘서울시 아름다운 간판’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습니다. 딱 한 종류 봉지커피만 팝니다. 뭐 할머니들이 드시는 그 봉지커피가 떠오른다면 딱 맞습니다. 이 봉지커피를 싫어하면 먹지 않아도 타박하지 않으니 마음껏 이용해도 되는 곳입니다. 이곳 카페 오후는 자녀를 데리고 가려는 학부모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내 아이가 교문을 언제 나오나 지켜봅니다. 커피값...
입력:2018-11-09 15:05:01
[빛과 소금-윤중식] 내 안의 ‘맹구’를 찾아서
‘7번집’ 앞을 지나갈 때면 늘 심장이 쿵쾅거렸다. 1970년대 초반, 다이얼 전화기도 아니고 손으로 전화통 오른편에 있는 ‘ㄴ’자형 손잡이를 돌려 교환수를 부르고, 교환수가 원하는 통화자와 연결해줘야 통화하던 시절이었다. 5일장이 서는 면소재지에 있던 그 집의 전화번호는 7번이었다. 전화기 설치를 신청한 순서에 따라 전화번호가 매겨졌던 때다. 그 집안은 주인 형제들 중에 힘 있는, 당시 잘나가는 인사들이 수두룩했다. 형제들이 단 별(계급장)을 모으면 그 수가 예닐곱 개는 족히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설에 불과할 정도로 쇠락하고 ...
입력:2018-10-26 15:05:01
[빛과 소금-노희경] ‘수능 실패자’란 없다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친구와 나눈 대화를 엿들었다. “지원아, 넌 학원 몇 시에 가?” “7시.” “그럼 몇 시에 와?” “10시.” 둘 사이가 잠깐 조용한가 싶더니 아들이 또 물었다. “지원아, 넌 학원이 좋으냐?” “좋겠냐?” “나도 젤로 싫어.” “난 학원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들은 몇 달 전부터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물론 지금은 모두 관뒀지만 당시엔 나중을 위해 악기 하나쯤은 배워두는 게 좋다거나 건강을 위...
입력:2018-10-12 15:05:01
[빛과 소금-전정희] 의병 십자기와 욱일 전범기
지난달 30일 방영된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 회.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정미의병’과 관련된 사진이 드라마 속에서 재현됐다.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외신기자와 함께 의병의 본거지를 찾는 설정이다. 이 외신기자는 실제 인물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1869∼1931) 활약에서 따왔다. 영국 런던 발행 데일리메일 소속이었던 그는 러일전쟁(1905) 종군기자로 대한제국에 왔다. 매켄지는 영·일동맹국 기자였기에 한국 내륙 깊숙이 취재가 가능했다. 반면 독일 기자 루돌프 차벨은 같은 종군기자였음에도 취재 목적의 ...
입력:2018-10-05 15:05:01
[빛과 소금-송세영] 저출산 극복과 공감적 경청
둘째는 갖지 않기로 했다는 젊은 부부가 주위에 또 하나 늘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운데 첫째를 키워보니 둘째를 갖기가 두렵다고 했다. 잘 키울 자신도 없단다. 정부에서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부부가 정말로 필요한 것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둘째까지 키우면 평생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도 한몫했다고 한다. 부부 모두 육아휴직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데도 그랬다. 육아휴직이 곧 사직을 의미하는 직장에 다니는 이들은 오죽할까.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12년 전인 2006년 우리...
입력:2018-09-14 15:05:02
[빛과 소금-노희경] 엘리베이터와 플라스틱
몇 해 전 베스트셀러 시인이자 명강사인 용혜원 목사님을 만났을 때 ‘낯선’ 두 가지 물건에 시선을 빼앗겼다. 요즘 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형 휴대전화와 스케줄을 빼곡하게 적은 낡은 공책 때문이다. 목사님에게 좋은 정보랍시고 “스마트폰 플래너나 카카오톡을 이용하면 편리하다”고 귀띔했다. 그때 느릿느릿한 말투로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대화할 때 ‘카톡카톡’ 하고 울리면 어디 신경 쓰여 얘기가 되나요. 펜을 잡고 종이에 글씨 쓰는 이 느낌이 좋아요. 온갖 기기들에서 자유로우니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
입력:2018-09-07 15:05:01
[빛과 소금-윤중식] 나의 어머니, 나의 교회여
어머니,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 세상 어느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자신을 버리지 않았겠는가만, 그의 어머니도 그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셨다. 36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그 3년 뒤 큰아들마저 잃고, 남아 있는 3남매를 또다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 바쳤다. ‘나의 어머니, 나의 교회여’(신앙과지성사)를 쓴 이현주 목사의 얘기다. 이 목사의 어머니는 밤이 되면 집에서 잠을 자는 법이 거의 없었다. 예배당 찬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요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 ...
입력:2018-08-17 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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