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북·미 정상회담 경계론, “북, 트럼프 만나 양보 얻기만 골몰”



미국 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디테일을 다루는 실무협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양보를 얻어내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 간 담판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선에서 빈틈을 채워나가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의 협상이 조금씩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3일 보도된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제기될 세부사항을 진전시키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그랬던 것처럼 북한에 큰 양보를 내어줄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실책이었고, 이는 전통적 외교방식인 상향식(bottom up) 접근을 통해 예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실무회담을 통해 이룬 진전을 발표할 수 있을 때까지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해선 안 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미국 내 이런 우려는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곧 가동되는 듯했던 실무채널이 보름 넘게 소식이 없자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달 중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을 염두에 두고 유럽 순방에 나섰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멕시코 방문 중에 ‘열흘 내 고위급 회담’을 띄운 건 대화 동력을 이어나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미는 6·12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동안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비핵화 진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커질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친서를 주고받거나,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는 초대형 이벤트로 돌파구를 찾았다.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는 건 양측이 아직 의제를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고위급 회담 전에라도 실무선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쪽이고, 북한은 주고받을 것을 먼저 정하고 실무로 들어가자는 입장인 것 같다”며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실무급을 병행해 투트랙으로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 연구위원은 “고위급에서 의제가 확정되면 그다음은 기술적인 문제로 들어가는데, 북한은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만남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협의가 된 내용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실제로 비핵화를 하려면 실무급에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만나고, 비건 대표와 만찬까지 이어지는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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