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 비준 강행에 법정으로 가는 남북 관계, 불붙는 남남 갈등

문대통령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분야합의서 비준 서명 (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문재인 대통령의 9월 평양공동선언 비준 결정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은 24일 평양선언 비준에 강력 반발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국당이 법리를 곡해한다고 맞서고 있지만 사태가 확산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때아닌 법리 논쟁에 따른 국론 분열은 남북 관계 개선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청와대가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평양선언 비준이 남북관계발전법의 절차를 준수했으며, 입법 취지에 비춰서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1항은 대통령이 남북합의서 체결·비준 권한을 갖고, 통일부 장관이 보좌토록 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를 근거로 “평양선언 비준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라고 참모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법 취지와 법에 규정된 절차를 명확하게 따른 결정”이라며 “정치권에서 제기된 위헌 논란이나 기타 정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5년 12월 법 제정 당시 국회는 “남북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대북 정책의 법적 기초를 마련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대북 정책이 법률적 기반과 국민적 합의 아래 투명하게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위헌 논란은 법리 오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평양선언 및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이 국가 안전보장 등에 관련된 조약의 경우 국회 비준동의를 받도록 한 헌법 제60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헌법 60조는 국가 간 합의에 따른 조약을 말하는데 북한은 헌법과 법률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며 “헌법이 적용될 수 없고, 위헌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걸 위헌이라고 주장한다면 북한을 엄연한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리 공방과는 별개로 청와대가 일관되지 못한 행보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한반도 비핵화 구상 발표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는 국회 비준동의나 법제화를 거쳐 국회 심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문점선언만 비준동의를 국회에 요청했을 뿐 평양선언은 비준을 강행했다.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비준은 대통령령 수준에 불과해 정권이 바뀌면 다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후속 입법이 필요하지만 야당의 반발로 난망한 상황이다.

국회 비준동의 요건인 ‘중대한 재정적 부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는 것도 문제다. 김 대변인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에 대한 판단은 1차적으로 정부가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 임의대로 ‘중대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평양선언에도 경제·관광공동특구 등 재정 투입 사업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청와대는 국회 동의 불필요 사항으로 해석했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가 안된 상황에서 후속 합의서 성격인 평양선언을 먼저 비준한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청와대가 당초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상황이 어려워지자 평양선언 비준으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남을 앞두고 북측이 합의사항 이행을 재촉하면서 급하게 비준 절차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는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반발만 더욱 키우고 있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은 한국당 단독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으며, 권한쟁의 심판은 다른 당의 협조를 얻어 ‘국회’ 이름으로 청구해야 한다.

강준구 지호일 기자 eyes@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