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대표단, 판교 찾아 자율車 시승한다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좌)과 김성혜 아태위 실장(우)


경기도 주최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14일 방남하는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4차산업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차, 3D 프린터, 인공지능(AI), 게임 분야 기술개발 현황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단이 판교에서 자율주행차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첨단 기술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서는 것은 비핵화, 대북 제재 해제 이후 경제발전 모델로 노동집약형 산업 국가가 아닌 최첨단 IT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3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과 김성혜 아태위 실장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15일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AI, 게임 관련 기술 개발 현황을 둘러볼 계획”이라며 “북측이 원해서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 일행은 현지에서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핵심 관계자도 “4차산업의 대표적 장비산업인 컬러 3D 프린터 관련 연구 현황도 살펴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를 방문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비핵화 방침이 확고하고, 경제개발을 하고 싶어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내비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제재가 해제될 경우 상당한 수준에 이른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우리의 하드웨어·기술·자본 등이 결합하면 실제로 북한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곽인옥 숙명여대 ICT융합연구소 교수는 “AI 등 소프트웨어 분야는 북한이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일부 분야는 한국이나 독일 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다”며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우리의 하드웨어 설비 및 마케팅 노하우 등이 결합되면 AI 분야를 남북이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북한의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제로에 가깝지만 자동차가 많지 않고 도로 통제가 용이한 북한에서는 훨씬 빠르게 연구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며 “남북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북한에 ‘테스트베드’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를 해왔고 관련 인력들을 특별대우해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집권 후 첫 중국 방문 당시 베이징의 중국과학원을 직접 찾아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해보는 등 IT 기술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하기도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는 현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 인력만 3만명쯤 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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