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先 비핵화 요구 리비아 방식 회귀…북핵 어중간한 봉합 막을 계획 필요”

 
정세현(사진) 전 통일부 장관이 “미국이 대북 정책에 있어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문재인정부가 비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비아 방식은 ‘선(先) 비핵화 뒤 경제지원’을 하는 핵 문제 해결책으로, 단계적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정 전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식에 강연자로 나와 “미국이 요즘 리비아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을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채 북한에 선 행동만 요구하면 북·미 정상회담은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명분 없이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언급했다. 북한은 지난 2일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경제 개발과 핵 개발을 병행하는 병진 노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핵 문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래 핵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봉합된다면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대중국 압박 차원으로 북한과 수교만 맺고 ‘핵 비확산’ 단계에서 문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비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 협상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중재자로서 북한의 공포를 해결하는 데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미국과) 불편해지더라도 그대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경제 협력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미국의 허락을 받기 전에 일을 저질러놓고 기정사실화했던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금강산 관광”이라며 “경협이 동북아 평화까지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남북 간 긴장 완화는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