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지렛대된 한·미 훈련… 연합방위 약화 우려



올해 3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연습(KR), 독수리훈련(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축소·유예된 데 이어 내년 봄 한·미 연합 훈련도 ‘로키(저강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연합훈련 축소가 북·미 비핵화 협상과 맞물린 유인책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군 안팎에선 훈련 중단이 지속되면서 군사 대비태세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사진)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내년 3∼4월로 예정된 FE에 대해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하도록 조금 재정비되고(reorganized) 있다”며 훈련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매티스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군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훈련을 포함한 군사 활동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FE 축소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 차례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경색됐던 비핵화 협상이 최근 진전을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FE는 한국군과 미군의 병력과 장비가 실제 투입되는 야외기동훈련(FTX)이다. 훈련이 축소될 경우 미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전략폭격기 B-1B 등은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E 기간에 실시되는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도 유예될 수 있다. 30만명 안팎으로 집계해온 한·미의 FE 참가 병력이 20만명 이하로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내년 봄 실시 예정인 KR도 축소될 수 있다. 군 내부에선 과거와 달리 소규모 핵심 인원으로 구성된 한·미 지휘부가 이 연습을 진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워게임’ 방식의 이 훈련은 매년 업데이트되는 북한군 전력과 주요 타깃 정보를 입력해 진행되기 때문에 북한엔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이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계속 유예·축소될 경우 연합 방위태세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한·미 군의 즉각 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미는 올해 2개의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과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도 유예했다.

한·미 공조가 삐걱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향후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선 공동발표한다고 지난 6월 합의했는데, 이번에 미국 측이 먼저 FE 축소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FE를 비롯한 내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조정 여부에 대해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군사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한국군 단독훈련과 대대급 이하 소규모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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