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단 러브콜… 금주 ‘북·미 고위급 회담’ 기대감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운동가들이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철책 옆을 행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 대한 기존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이번 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상응 조치로 요구해온 대북 제재 완화의 ‘틈’을 미국 정부가 일부 허용하면서 북한도 회담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25일 “이달 초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일정 문제로 연기된 후 양측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특성상 마지막까지 회담 개최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고위급 회담은 이번 주에 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위급 회담이 12월로 넘어가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가 빠듯한 데다 양측 모두 연말 대내외 일정이 많아 날짜 잡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도 두루 고려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당초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전날 갑자기 회동이 취소됐다. 당시 미 국무부는 “우리는 각자의 스케줄이 허락하면 다시 만날 것”이라고 했었다.

북한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 측의 회동 제안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북한도 더 이상 무응답으로 일관하기는 어려워졌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이달 중순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핵 신고를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한 데 이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내년 봄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의 범위 축소를 밝혔다.

특히 미 정부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독자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작지 않은 변화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발효된 미 행정명령 13810호는 대북 제재 대상을 건설·운수 분야로 확대하고, 이에 대한 지원 및 재화·서비스·자금 제공을 금지했다.

이랬던 미 정부가 제재 면제를 결정한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23일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 제재 면제를 인정한 것 역시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끈 측면이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이 끝까지 반대했더라면 대북 제재 면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에 호응해 이번 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면 오는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남·북·미 선순환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유화 제스처는 일단 북·미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핵 신고 및 사찰·검증, 대북 제재 문제를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 면제와 관련해 “미국의 목표는 비핵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북·미 고위급 회담을 건너뛰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회담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제재 면제 결정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 1년 즈음에 맞춰 나온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올해 신년사를 기점으로 남북,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섰다. 북한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했는데도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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