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버티기, 미 “제재 완화만 빼고”, 북 “제재 완화 먼저”

 
북한과 미국 간 핵 협상이 상호 ‘시간적 한계’ 속에 일단 버티기 전략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다음 달 초로 추진 중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북·미는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각자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로 대화 의지는 피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양보하지 않으면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5개월이 넘도록 비핵화 실무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려다 북한의 요청으로 연기된 고위급 회담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단순히 일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핵시설 검증 및 제재 완화를 놓고 양측이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간 게임’은 안 하겠다는 미국 정부는 북한에 지속적인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제재 완화가 빠진 유화적 메시지는 비핵화 ‘상응조치’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입장을 고수하자 북한도 버티기에 들어갔다. 제재 완화에 대한 약속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 용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 담기지 않은 이 비공개 메시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이 제재망을 바짝 조이자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교착상태가 장기화되자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마주하게 될 문 대통령에게 시선이 쏠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문 대통령을 통해 중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이 26일(현지시간) 미군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이 중단됐으며, 이는 한국 정부의 요청 때문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사령관은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전개 중단 이유에 대해 “외교 협상이 궤도에서 이탈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운 사령관은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여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유예를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폭격기 비행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평소와 같은 양의 폭격기 비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를 하지 않은 곳은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미 공군은 지난해 북한의 무력시위가 잇따르자 B-1B B-52, B-2 등 전략폭격기를 괌에서 발진시켜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왔다. 이에 대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런 사안은 한·미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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