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 우선순위는 관광·수출·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구두공장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공장 시찰 소식을 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발 생산에서 국산화 비중을 높이고 제품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제고하라고 주문했다. 노동신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이 요구할 ‘제재 완화 리스트’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관광 개발 사업, 무역 정상화, 철도·도로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제재 해제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노선’을 채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이다. 특히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관광지 건설에 필요한 자금 유입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도 관광 사업에 대한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북한은 현재 80억 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금강산과 원산 지역을 2025년까지 국제관광지대로 개발, 연간 100만명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금강산국제여행사는 최근 북측 강원도 고성군에 20㎡ 규모 부지에 워터파크인 ‘금강산 수영관’과 ‘내금강 700석 호텔’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투자 안내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현재 북한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대량 현금이나 북한 개인·단체와의 합작 사업은 금지돼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3일 “북한 내 주요 관광지 건설을 위한 대규모 자금과 자재 등이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은 관광 지구 투자에 대한 제재 해제를 가장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물·수산물·섬유 등 주력 수출품의 무역 정상화도 시급한 제재 완화 대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무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가 대북 제재 전면 시행 후 계속 줄어들었고, 올해는 평년 대비 30% 수준에 그쳤다”며 “자금 유입이 막혀버리면 경제 개발 계획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감소폭이 1997년(-6.5%) 이후 20년 만에 최대치다. 수출은 전년보다 37.2%나 줄었는데, 특히 광물과 섬유제품의 수출이 각각 55.7%, 22.2% 감소했다. 올해는 교역량이 더 감소했기 때문에 내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정세토론회에서 “대북 제재가 본격적으로 취해진 지 만 2년이 지났고 이 정도면 시장에 풀려 있는 외화가 상당 부분 소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재 지속 심리가 반영되면 외화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도 북한의 최우선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 협력 사업 중 최대 규모 사업은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경제발전을 위해 SOC만큼 파급 효과가 큰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도 “철도 현대화 사업은 긴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도 “남북 협력 사업 가운데 북측이 가장 원하는 것은 막대한 투자와 북한 현지 직접 고용으로 연결되는 철도와 도로 현대화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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