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판문점 접촉… 고위급·정상회담 추진 탄력받을 듯



미국과 북한이 ‘정보라인’을 가동해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측 요구로 한 차례 연기된 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과 의제가 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앤드루 김(사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지난 3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센터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최측근으로 6·12 북·미 정상회담 전부터 양측 협상을 막후 조율해 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CIA 국장으로 있을 때부터 한반도 문제에서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김 센터장은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 3~4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엔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북 소식통은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할 의사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요구사항을 내놓을 것인지 정확한 의중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북·미가 여러 채널로 접촉하고는 있지만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북한 대표단이 방남했을 때 김 센터장이 한국에 있었지만 북·미 만남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후 보름여 만에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면 그 사이 진전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이 이달 말 CIA를 떠나 미 스탠퍼드대 산하 연구소로 옮길 예정이어서 그 전에 협상을 최대한 진전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미 판문점 접촉에 말을 아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가 접촉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북·미 간 후속협상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의 견제가 본격화되기 전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이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13~17일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면담하고 미 정부·의회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미 행정부 인사들은 북·미 고위급 회담이 계속 지연되는 데 대해 답답함을 표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비핵화 협상 동력을 되살리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강 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성당에서 열리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장례식에 한국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참석한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초청으로 6~8일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왕 위원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오고갔는지를 리 외무상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지혜 최승욱 김판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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