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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코미디 연기? ‘웃겨야지’ 의도 들키는 순간 끝” [인터뷰]

좀비물과 코미디를 접목한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순박한 가장을 연기한 배우 정재영. 그는 “현장 분위기가 정말 가족적이었다. 배우들끼리 함께 등산도 하며 재미있게 지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어쩐지 그의 입에선 구수한 사투리가 흘러나올 것 같다. 반듯하게 빼입은 양복보다는 캐주얼한 차림이 잘 어울린다. 슬리퍼 끌고 동네를 어슬렁대다 눈 마주치면 싱긋 인사를 건넬 듯한 친근함이랄까. 이런 소탈함은 배우 정재영(49)이 지닌 독보적 매력이다.

출연작들만 대강 훑어봐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코미디 장르에서 그의 인간적 매력은 배가된다. ‘아는 여자’(2004) ‘웰컴 투 동막골’(2005) ‘김씨 표류기’(2009) ‘플랜맨’(2014) 같은 작품들이 그랬다. 매번 한결같이 그가 선사한 건 소박하고 편안한 웃음이었다.

13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에서 역시 반가운 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임상실험의 실패로 탄생한 좀비(정가람)가 조용한 시골마을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 극 중 정재영은 좀비를 돈벌이에 이용해보려다 곤경에 처하는 가족의 장남 준걸을 연기했다.

충청도 토박이인 준걸은 만삭 아내(엄지원)의 눈치를 보는 우유부단한 가장이다. 노인을 회춘시키는 능력을 지닌 좀비를 빼돌리려 하는 둘째 민걸(김남길)과 좀비를 사랑하게 되는 막내 해걸(이수경) 사이에서 준걸의 엉뚱함은 잔재미를 빚어낸다.

작품 속 그의 인간미는 실제 성격에서 배어난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재영은 먼 친척오빠마냥 살가웠다. “상업영화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2015) 이후 처음이에요. 이후엔 홍상수 감독님 작품을 두어 편 찍었죠. 인터뷰가 오랜만이라 낯서네요(웃음).”

평소 좀비물 마니아인 정재영은 좀비라는 공포스러운 소재에 코미디를 접목한 시나리오의 신선함에 끌렸다. “좀비물이 나오면 거의 다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좀비를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거든요. ‘이거 잘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만 낯선 시도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향에 안 맞으면 어렵게 느껴질 거예요. ‘왜 좀비한테 물렸는데 회춘이 되지?’ 리얼리티를 따지다 보면 (공감대가) 틀어지기 시작하는 거죠. 이런 영화는 설명이 들어가면 재미없거든요.”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그이건만 본인은 “코미디 작품을 만드는 건 다른 장르보다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재영은 “만인에게 통하는 웃음을 만들어내긴 쉽지 않다. 연기할 때도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코미디 연기라고 크게 다를 건 없어요. 다만 ‘웃겨야지’ 마음먹는 순간 연기가 과해져요. 의도를 들키는 순간 창피해지는 거죠. ‘웃으면 다행이고 안 웃겨도 난 진지했어’라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거예요(웃음).”

‘기묘한 가족’ 개봉 이후에는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MBC) 촬영에 들어간다. 지난해 방영된 ‘검법남녀’는 한국판 ‘CSI 시리즈’라는 호평을 얻은 바 있다. 그 이후의 행보는 미정인데, 분명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란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품 선택할 때 저는 장르를 안 가립니다. 다만 신선한 걸 찾아요. SF나 좀비물,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도 좋아하죠. 식상한 것만 아니었으면 해요. 고리타분한 건 싫으니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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