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모두발언 공개 파격… 만찬 땐 원탁 옆자리 나란히 앉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 마련된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김 위원장 왼쪽으로 통역(신혜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앉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으로는 통역(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앉아 있다. AP뉴시스


1차 핵 담판 이후 260일 만에 재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첫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27일 오후 6시28분쯤(현지시간) 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에서 만나 굳은 얼굴로 9초간 악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살짝 치며 가벼운 스킨십을 주고받았지만 긴장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듯했다.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손을 맞잡았던 1차 정상회담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망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주 성공적일 것”이라고 했고, 옆에 서 있던 김 위원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1차 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왼편에 섰다. 외교 관례상 두 정상이 나란히 서는 경우 앞에서 봤을 때 왼쪽이 상석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뒤로는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가 6개씩 엇갈려 내걸렸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40분부터 배석자 없는 단독 회담을 했다. 이때 모두발언을 공개했는데, 이번엔 김 위원장이 먼저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성공’ ‘진전’ ‘좋은 관계’ 등의 표현을 써가며 화답했다.

이어 오후 7시부터 호텔 1층에 있는 ‘라 베란다(LA VERANDA)’에서 진행된 친교 만찬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원탁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고개를 돌리면 밀담을 나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앉아 식사를 한 것이다. 양 정상 옆에는 통역이 앉았고 그 옆으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용호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도중 취재진에 “우리가 행복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달라(make us look very good!)”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기자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다가 등을 돌린 마이클 코언의 증언 관련 질문을 던지자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을 함께한 ‘라 베란다’는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으로, 천장에는 대형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바닥에는 고급 카펫이 깔려 있다.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메트로폴 호텔이 내세우는 수영장과 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날 만찬은 오후 8시28분쯤 종료됐다. 두 사람의 첫날 회동은 당초 예정됐던 2시간보다 15분가량 길어졌다.

앞서 김 위원장은 26일 하노이에 도착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핵 담판을 앞두고 참모들과 ‘작전회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도 실무협상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이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에도 가장 바쁘게 움직인 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끄는 ‘의전팀’이었다. 김 제1부부장과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박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하노이 도착 첫날 밤 메트로폴을 찾아 현장을 구석구석 점검했다.

하노이=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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