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협상 타결땐 미래 밝지만, 핵 가지면 어떠한 미래도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진영 연례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연설 직전 성조기를 끌어안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부터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국경장벽 건설 예산 확보를 위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 논란 등 현안에 대해 2시간 넘게 입장을 밝혔다. AP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빈손으로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북한은 협상을 타결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경제적 미래를 갖겠지만,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어떤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가끔씩은 걸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걸어야 했다”며 이번 합의 결렬이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또 “북한은 제재 해제에 앞서 뭔가 많은 것을 하려는 의지가 약했다. 북한의 양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선 “나는 이미 우리가 협상 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이 잘 되면 다른 나라들이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미 관계는 매우 매우 강한 것 같다. 우리가 이런 종류의 상황을 다룰 때 그건 특히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북한에서 미사일이나 로켓 발사가 없었고 핵무기 실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사망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신뢰한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그렇게 끔찍한 상황에 있다. 왜냐하면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웜비어 부모와 웜비어를 사랑한다. 다만 아주, 아주 예민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2시간 넘게 밝혔다. 연설 시간은 취임 이후 가장 길었다. 지지층 달래기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문은 열어놓은 상태다. 북한과 대화의 끈을 살려가며 현상유지를 하면서 제재를 무기로 북한의 비핵화 견인에 계속 나설 것을 보인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서 보듯 북·미 양측의 비핵화, 상응조치 카드에 대한 인식 차이가 너무 넓어 단기간 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일정 기간의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두를 게 없다” “핵·미사일 실험이 없다면 행복하다” 등의 발언을 반복해 왔다. 회담장에서도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수차례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장기전이 되더라도 일단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거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가도 ‘배드 딜’보다는 ‘노 딜’이 낫다는 분위기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걸어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 노선을 갑자기 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기엔 정치적, 외교적 부담이 워낙 크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하게 북한과의 협상의 끈을 조절하면서 대화 재개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그리 좋지는 않다. 미국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미 조야의 비판이 다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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