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軍 당국 ‘키리졸브연습’ ‘독수리훈련’ 종료 선언



대표적인 한·미 연합 군사훈련으로 꼽히는 키리졸브연습(KR)과 독수리훈련(FE)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미 군 당국은 3일 KR·FE를 종료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FE는 FE라는 이름이 붙은 지 44년 만에 명칭이 폐기됐으며 앞으로 대대급 이하 연합훈련만 진행된다. KR은 11년 만에 ‘동맹연습’으로 명칭을 바꿔 이번에 방어 위주 연습으로 실시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흘 만에 내려진 KR·FE 종료 결정은 비핵화 협상 불씨를 살리려는 한·미 정부의 결단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고 반발하는 한·미 연합훈련 명칭을 없애고 훈련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협상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KR·FE가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해 잠정 중단됐다가 결국 사라진 팀스피리트훈련과 같은 역사를 반복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외 지역에서의 군사 운용 지출에 민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도 이번 결정을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관련 질문에 “군사훈련은 오래 전에 포기했다. 우리가 이런 훈련에 수억 달러를 쓰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지난 2일 통화를 갖고 KR·FE 종료 결정을 내렸다. 한·미 군 당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양국의 기대가 반영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KR·FE는 명칭을 폐기하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맹연습으로 이름을 바꾼 KR은 4일부터 12일까지 7일간(주말 제외) 실시키로 했다. 그동안 KR은 1부 방어, 2부 반격 및 안정화 훈련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됐다. 이번에는 2부 훈련을 축소해 방어·위기관리연습 위주의 훈련이 진행된다.

FE는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위주 훈련으로 대체된다. 지난해 8월 실시로 예정돼 있다가 비핵화 협상을 위해 유예됐던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명칭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3~4월 실시돼온 FE는 이 기간 여러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을 묶어 부르던 것”이라며 “앞으로 이 기간 한·미 연합훈련을 FE라고 따로 분류하지 않는 대신 주요 대대급 훈련은 연중 분산시켜 계속 실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FE의 모태는 1961년 실시된 한국군 단독의 비정규전 훈련이었다. 75년부터는 FE로 불렸으며 연합·합동 작전과 연합특수작전 개념을 적용한 한·미 연합훈련으로 확대됐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한·미 연합 지휘소 연습인 KR은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으로 불리다 2008년부터 ‘주요한 결의’라는 뜻의 키리졸브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실시됐다.

KR·FE 종료는 북한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지하는 ‘쌍중단’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KR·FE 종료 결정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비핵화 협상 동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 결정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 더 큰 긴장완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중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반도에 순환배치되는 미 전력이 한국 지형을 익히고 한국군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본격적인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히는 팀스피리트훈련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 92년 중단돼 93년 축소 실시됐다가 94년 결국 이전보다 규모를 축소한 연합전시증원 연습으로 대체됐다”며 “지속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약화시키려는 북한 전략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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