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까지… 트럼프, 김정은 준 빅딜 목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때 북측에 비핵화와 관련한 ‘빅딜’ 문서를 건넸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핵·미사일뿐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반대급부로 북한의 경제발전상을 담은 ‘빅딜’ 문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는데, 김 위원장이 거부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구상은 지난해 북·미 대화가 막 시작될 즈음 미 정부가 유지했던 대북 강경론에 가까워 향후 핵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볼턴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미 CBS와 폭스뉴스, CNN방송에 연달아 출연해 빈손으로 끝난 2차 북·미 정상회담 뒷얘기를 풀어놨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에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서 김 위원장의 심중을 대변했는데, 이번엔 볼턴 보좌관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핵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준 문서 속에 제시한 대로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한글과 영어로 된 빅딜 문서 2개를 전달했다고 한다.

북·미 간 핵 협상은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 정하는 문제여서 그 대상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만을 제안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간 간극이 상당한 셈이다. 볼턴 보좌관은 영변 핵시설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양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문서에서 비핵화 반대급부로 제시한 건 미래 발전상이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김 위원장이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위치의 부동산(well-placed piece of real estate)을 갖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와 인접한 북한의 지리적 특성을 언급하며 발전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빅딜 문서에서 북한을 ‘좋은 위치의 부동산’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 대 행동’에 따라 북한에 보상을 주지 않을 것임을 강조해 왔다고 상기시켰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해법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단계적 해법을 일부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 핵 폐기 전 보상은 없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외교의 창은 열려 있고 그 문으로 들어올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단계의 협상을 지속하거나 김 위원장과 다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대북 경제제재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선박 간 환적을 못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도 북한을 더 압박하게끔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재를 가하지는 않겠지만 기존 제재의 이행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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