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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진 “평범함에서 공감이… 심장 떨리는 작품 기대해” [인터뷰]

영화 ‘돈’으로 돌아온 충무로 ‘열일’의 아이콘 조우진. 본인을 향한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부담감이 커지지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 무게를 감당해내신 선배들을 바라보며 그 뒤를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쇼박스 제공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주연의 영화 ‘돈’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 한없이 선한 인상이다. 그러다가도 표정을 굳히고 두 눈을 치켜뜨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서늘함이 감돈다. 그야말로 ‘천의 얼굴’이라 할 만하다. 배우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복이다. 선악을 넘나드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자유자재로 펼쳐낼 수 있으니까.

충무로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우 조우진(40)이 그렇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영화 ‘내부자들’(2015)의 조 상무 역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추종을 불허하는 다작(多作) 행보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얼굴들을 꺼내 보이고 있다. 한결같은 건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인간미다.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이길 바라요. 인간적이면 더 좋겠고요. 그걸 목표점으로 삼고 캐릭터를 연구해요. 물론 행동은 극적일 수밖에 없죠. 영화 속에서 생존하는 인물이니까. 그럼에도 주변 어디서 본 듯한 누군가가 됐으면 합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우진은 “연기할 땐 평범함에서 나오는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인물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깊이 고민한다. 실제로 만나거나 겪은 사람들을 반추해 답을 찾는다. 그래야 관객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의 데이터를 축적해놓고 있어요. 거기서 극 중 캐릭터와 가장 가까운 말투나 행동을 찾아보죠. 물론 따라 한다고 해서 제 것이 되는 게 아니니까, 저만의 정서와 호흡을 덧대서 표현하는 거예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내 안에 이 사람 있다’(는 느낌으로).”

오는 20일 개봉하는 ‘돈’(감독 박누리)에서도 그는 현실감을 놓치지 않는다.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과 금융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 금융감독원 수석 검사 한지철을 연기했다. 돈만 보고 내달리는 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평범한 정의를 좇는 인물이다.

조우진은 “영화에서 한지철은 돈에 대해 가장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인물”이라며 “그가 ‘사냥개’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을 구축하는 게 중요했다. 거대한 존재에 맞서려면 이 사람도 나름의 비범함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에 빠져 사는 워커홀릭이란 설정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한지철은 감독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돈맛에 취해 폭주하는 일현을 향해 던지는 이런 일침. “일한 만큼만 벌어!” 조우진은 “그 대사가 이 영화의 정체성”이라며 “내겐 큰 숙제였다. 돈의 가치와 올바른 쓰임을 강조하면서 감정까지 전달하기란 정말 어렵더라”고 털어놨다.

‘내부자들’ 이후 3년여간 조우진은 쉬지 않고 달렸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영화 ‘남한산성’ ‘강철비’ ‘더 킹’ ‘1987’(이상 2017) ‘창궐’ ‘국가부도의 날’ ‘마약왕’(이상 2018), 드라마 ‘도깨비’(tvN·2016) ‘미스터 션샤인’(tvN·2018) 등 걸출한 작품들에 이름을 올렸다.

“저는 분량이나 주연 욕심이 없습니다. 지향점 같은 것도 없죠. 그냥 좋은 작품, 좋은 동료들이 있으면 같이 하고 싶을 뿐이에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그저 매 작품마다 주어지는 대로 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게 연기하는 사람의 숙명인 것 같아요.”

조우진은 “어떤 작품이 또 내 심장을 떨리게 할지 늘 기대된다”면서 “누구와 어떤 결과물을 만들까에 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나로 하여금 ‘도전해내고 싶다는 갈망’을 깨워준다. 그것이 나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11년간 사랑을 키워온 연인과 지난해 10월 결혼해 세 살배기 딸을 둔 조우진은 꿀 같은 휴식기를 갖고 있다. “결혼을 해보니 책임감이 커지더군요. 어쩌다 어른이 되어 감당할 게 많아진 거죠. 다만 부담감은 아니에요. 더 열심히 해야죠. 바쁜 것도 좋지만 가정생활을 충실히 하려고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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