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동 없다지만… 트럼프, DMZ서 ‘비핵화 메시지’ 보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17년 11월 방한 당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는 29∼30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일정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DMZ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DMZ 메시지’가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올스톱된 북·미 대화에 새로운 물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DMZ 깜짝 회동’ 가능성이다. 북·미 두 정상이 DMZ에서 만난다면 그 자체로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다. 그러나 현재로선 ‘DMZ 회동’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언급한 만남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두 정상은 북한과 한·미동맹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이틀 동안 다뤄야 할 분야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여부와 관련해선 “확인해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확답을 주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관계자는 “의제에 대해 아무런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DMZ에서 만난다면 ‘빈 손’ 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성과 없는 북·미 정상 회동을 강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엄청난 정치적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DMZ 회동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감안하면 전격적인 DMZ 회동의 불꽃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깜짝 회동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내놓을 메시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 요구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로선 DMZ에서 북·미 적대 관계 청산과 새로운 북·미 관계 설정 등 원론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할 경우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긍정적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DMZ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내놓는 메시지라고 할지라도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 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해제 간 맞교환이라는 빅딜 입장을 수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 추가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친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김 위원장)는 내 생일 축하의 뜻을 전했고 서로간에 매우 우호적인 친서였다”며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경이적인 미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란 역시 경이적인 미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7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30일까지 한국에 머물 비건 대표가 일정 중 판문점 등지에서 북한 측과 접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건 대표는 한국 당국자들과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면 수행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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