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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다친 무릎 방치했다가… 40대에 인공관절 수술?

세란병원 김준식 인공관절센터장이 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젊은 남성의 무릎을 움직여 보고 있다.



 
부상 당하고도 치료 않고 혹사 땐
외상성 관절염 진행 가능성 높아
최근 5년간 4050 인공관절 수술
해마다 3000~4000여건씩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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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59)는 15년 전 운동 중 부상으로 왼쪽 무릎의 전방십자인대와 반월상연골판이 파열돼 수술받았다. 이후 특별한 무릎 관리 없이 육체 노동을 계속해 온 A씨는 최근 들어 무릎이 시큰거려 병원을 찾았고 ‘외상성 관절염’ 판정을 받았다. 약물과 주사 치료에도 불구하고 무릎에 물이 차고 통증이 심해져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게 됐다. 무릎 관절염은 노인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운동이나 사고로 인한 무릎 손상 치료 후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하면 이른 나이에 관절염이 찾아올 수 있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 관절염 진료 환자 277만9022명 가운데 관절염 발병 연령으로는 비교적 젊은 40·50대 환자가 25.7%(71만4264명)를 차지했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60세 이후 발생하는 반면 외상성 관절염은 이르면 40대 중반부터 걸릴 수 있다. 이런 조기 관절염은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병행돼야 하지만 노인보다 활동량이 만은 40·50대의 경우 치료가 쉽지만은 않다. 외상성 관절염은 무릎 손상 당시 수술 등 치료를 잘 받았어도 발생할 수 있고 부상으로 파괴된 무릎 구조가 관절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손상 당시 무릎 안에 분비된 염증 인자나 유전적 영향 등이 외상성 관절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학술지(2000년 내과학연보)에 발표된 연구논문을 보면 젊은 나이에 운동·사고로 관절 손상이 있었던 사람이 나중에 관절염으로 진행될 확률은 13.9%로, 관절 손상이 없었던 일반인(6%)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십자인대와 측부인대 파열, 반월상연골판 파열, 슬개골 골절·탈구 등이 외상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십자인대 파열은 운동 마니아들이 흔히 겪는 부상이다.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준식 진료부원장은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내에 십자 형태로 엇갈려 있는데, 정강이와 허벅지뼈가 엇갈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준다. 급격히 방향을 바꾸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착지하는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파열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측부인대 파열은 무릎 관절 양쪽 측면에 있는 2개의 인대가 끊어지는 것이다. 발이 땅에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무릎 바깥쪽으로 강한 힘이 들어오면서 파열되는 경우가 흔하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 관절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반달 모양 연골이다. 급격히 몸을 회전하는 운동을 하다 파열될 수 있고 단순히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에서도 손상받을 수 있다. 똑바로 서 있을 때 무릎에 압통이 느껴지거나 굴곡진 길을 걸을 때 통증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단순 통증으로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이 연골은 자연 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이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운동 중 축구·스키는 인대파열이나 골절, 등산·탁구·배드민턴은 반월상연골판 파열을 조심해야 한다.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슬개골 골절, 무릎 뼈가 본래 위치에서 벗어나는 슬개골 탈구는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운동이나 사고로 다쳤는데도 무리하게 무릎을 혹사하고 과격한 운동을 계속하거나 수술이 필요한데도 제때 받지 않으면 외상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관절염이 많이 진행되면 통증으로 인해 근육과 인대가 위축되고 관절 운동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이 길어지고 수술 효과도 반감된다. 외상성 관절염의 수술 후 감염률이나 인공관절 재치환술 확률이 퇴행성 관절염인 경우 보다 높다는 보고가 있고 뼈의 변형과 인대 손상이 더 심해서 수술이 복잡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젊다 하더라도 치료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 40대와 50대 초에는 웬만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고 견디게 하지만 꼭 필요할 땐 부분 인공관절 수술, 근위경골절골술로 대신한다. 김 부원장은 “다만 젊은 시기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환자의 활동량이나 남은 수명을 고려할 때 인공관절을 한 번 더 교체하는 재치환술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인공관절 수술 전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보통 15~20년이다. 심평원 통계에 의하면 40·50대 인공관절 수술은 최근 5년간 매년 3000~4000여건씩 시행되고 있다.

젊은 시기의 인공관절 수술은 관절의 마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지의 바르기와 인대의 균형을 잘 맞추는 정밀함이 요구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근래 의료진이 로봇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집도하는 ‘마코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수술 전 환자의 무릎 모양에 가장 잘 맞는 인공관절의 크기와 위치를 분석해 수술을 계획하고, 의료진이 직접 로봇을 잡고 인공관절의 삽입 각도와 인대 균형 등을 살피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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