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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아이 ‘두상 교정’, 무턱대고 헬멧 씌우다가는 낭패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정수진 교수가 한쪽으로 누워 재우는 습관이나 병적 원인 등으로 두상이 변형된 아기의 올바른 교정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누워 재우는 자세 탓 아닌
병적 문제일 땐 오히려 ‘독’
얼굴 변형 정도 심해질 수도
부모들 업체 직접 접촉 우려
전문의 정확한 진단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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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얼마 안되는 자녀의 두상 교정치료를 받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기의 머리 모양이 한쪽으로 비뚤어지거나 뒤쪽이 납작하게 눌려서 보기에 좋지 않고 자라면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실제 두상 변형이 심할 경우 귀의 위치 차이나 얼굴 비대칭 같은 2차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머리의 좌우가 비대칭인 경우를 ‘사두증(斜頭症)’, 뒤통수가 납작한 경우를 ‘단두증(短頭症)’이라 한다. 갓난아기를 엎드려 재우면 자칫 돌연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대다수 부모들이 눕혀서 재우는데, 이 과정에서 바닥에 닿는 쪽 머리가 눌리며 생기는 현상이다. 간혹 자궁 속에서 눌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눕혀 재우는 습관 탓에 생기는 ‘자세성 사두증·단두증’이 더 흔하다.
 
첫 6개월에 흔히 발생

신생아들은 두개골이 부드럽고 유연해 모양이 쉽게 변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자세성 두상 이상은 생후 첫 6개월 동안 흔하며 20~46%까지 보고된다. 사두증은 머리의 양쪽 대각선 길이 차이가 12㎜ 이상일 때 중증, 10~12㎜는 중등도, 3~10㎜는 경증에 해당된다. 단두증은 머리 좌우 길이를 앞뒤 길이로 나누고 100을 곱해 나온 수치로 판단한다. 100%이상이면 중증, 90~100%는 중등도, 82~90%는 경증으로 분류돼 교정 치료가 권고된다.

두상은 만 2세까지는 변화할 수 있으나 생후 3~8개월 이후로는 두개골이 단단해져 교정 효과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늦기 전에 아이 머리에 교정 헬멧을 씌워 치료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두증이나 단두증이 단순히 누워 재우는 자세 탓이 아닌, 병적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정확한 진단 없이 교정모 치료를 받으면 아이에게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부 교정모 판매업체들은 한 번 헬멧을 맞추고 난 뒤 사후 관리에 소홀하거나 전문의 소견 없이 임의로 교정을 끝내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정수진 교수는 24일 “상당수 부모들이 인터넷 맘카페나 헬멧 판매업체로부터 부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교정 치료를 시작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두상 교정은 반드시 전문의로부터 두상 변형의 다른 원인이 있는지, 동반 질환은 없는지 확인 후 치료받아야 한다. 그런데 일각에선 번거로운 병원 방문이나 전문의 진단 없이 교정헬멧 업체를 직접 접촉해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업체를 통해 협력 소아청소년과를 소개받더라도 전문 분야가 아닐 경우 고식적인 육안 진료만으로 교정 헬멧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생후 6개월 아기를 키우는 Y씨가 그런 사례다. Y씨는 아기의 한쪽 머리가 틀어진 것을 보고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교정헬멧 업체에 치료를 의뢰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업체가 소개한 협력병원 진료를 거쳐 교정모를 제작하고 머리에 씌웠지만 몇 달이 지나도 아기가 한쪽만 보는 것이 이상했다. 대학병원 정밀검사결과 ‘선천성 근성 사경(斜頸)’ 진단을 받았다. 단순히 자세성 사두증이 아니었던 것. 근육 이상으로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병인 사경은 우선 치료가 필요하다. Y씨는 뒤늦게 재활치료를 시작했으나 두상 교정치료와 병행이 어려웠다.

생후 4개월 아기 엄마인 H씨 역시 전문의 진단없이 헬멧업체를 통해 두상 교정 치료를 시작했다. 아기가 목 가누는 게 잘 되지 않고 뒤집기를 못하는 등 발달이 늦어 보였지만 무거운 헬멧 탓으로 생각하고 지나갔다. 치료 2개월 후 주변 조언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로부터 “아이에게 발달지연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23시간씩 헬멧을 쓰는 게 아이 발달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는 소견에 따라 치료를 중단했다.
 
자세성 두상 변형이 아닌데…

두상 교정 치료가 가능한 경우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해 생긴 사두증과 단두증이다. 일부 두상 비대칭은 두개골 조기 유합증, 선천성 근성 사경, 발달 장애, 두혈종 같은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치료 시작 전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두개골을 이루는 뼈들이 너무 일찍, 불완전하게 닫히면서 비정상적인 머리 모양을 만드는 희귀질환이다. 출생아 2000명 당 1명꼴로 발생한다. 머리가 일찍 봉합되면 두개골 내 압력이 높아져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유전성 질환이라 관련 상담도 받아야 하는 만큼, 꼭 신체검진 및 3차원CT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교정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선천성 사경이 있는 아동의 20~64%에서 사두증이 발생하는 걸로 보고된다. 치료하지 않으면 어른이 될 때까지 사두증 및 얼굴 변형 정도가 점점 심해지므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두상 교정 치료를 하느라 사경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사경에 의한 사두증인 경우 짧아진 목 근육을 펴주는 물리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하고 필요 시 수술이나 보톡스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또 “발달 장애로 뒤집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사두증 치료를 위해 무거운 헬멧을 씌우면 발달을 더 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출생 시 머리에 피주머니(두혈종)가 생긴 아이와 미숙아도 사두증 발생 비율이 높은데, 혈종 흡수 정도나 교정 연령 등을 고려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두상 교정 치료는 동반 질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사두증이나 단두증이 심한 경우 다운증후군이나 자폐, 뇌성마비, 중도의 인지장애 등 신경 발달성 질환이 동반될 때가 있는데, 소아재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따라야 하며 아이 상태에 따라 두상 교정치료 대상이 되는지도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정 헬멧을 맞추고 나서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교정 치료는 대개 5~6개월 진행된다. 하지만 교정 헬멧의 수명이 더 남아있고 교정 진행이 더 필요한 아이인데도, 의료진 감독 없이 헬멧업체에서 임의로 종결해 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의 예쁜 두상을 만들기 위해선 잘 때 좌우 번갈아가며 눕히는 게 좋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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