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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한 손에 리모컨, 한 손에 수저?… ‘확찐자’ 되는 지름길

소파에 몸을 파묻고 TV를 보며 음식을 먹는 습관은 과식이나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바깥 활동과 운동이 제한적인 상황에선 홈트레이닝(위 사진)이나 청소를 하는 등 집안에서의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도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식사 때 TV 시청, 포만감 못 느껴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것도 금물
하루 섭취량 등 식사일기 도움

신체활동 감소 꾸준히 운동해야
계단오르기·홈트… 대청소도 좋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생각한다. 그렇지만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상의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살빼기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체중을 줄이기는커녕 ‘확찐자(코로나 유행 기간에 급격히 살이 찐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가 안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실제 국민 10명 가운데 4명(42%)은 코로나 이전 보다 몸무게가 평균 3.5㎏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한국건강증진개발원·대한비만학회, 19세 이상 1000명 대상 조사). 체중이 불어난 원인으로 활동량 감소(52.1%), 운동 감소(34.3%), 식이 변화(13.6%)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다이어트하기 어려운 환경에선 무리하지 말고 일상에서 살이 찌게하는 소소한 습관들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신체 활동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면 몸매 관리와 비만 탈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음식에 집중하자

한 손엔 수저를, 다른 손에는 리모컨을 들고 식사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긴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보이는 습관이기도 한데, 자칫 과식과 비만의 원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유행 이후 집에서 TV나 스마트기기로 영화와 OTT(인터넷TV)서비스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는 실정이기도 하다.

채규희 가정의학과 전문의(365mc노원점 원장)는 7일 “가끔씩 TV 앞에서 간식을 먹거나 식사하는 것은 괜찮지만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문제”라며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으면 정확한 식사량을 파악하기 어렵고 포만감을 덜 느껴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TV를 보면서 먹는 것 자체가 식사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영상을 시청함과 동시에 먹을 것을 찾기도 한다. 먹는 것과 영상 시청, 두 가지 동작은 분리돼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식사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채 전문의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면 우선 먹는 양이 줄고 나중에 배고픔과 간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간식을 끊는 게 어렵다면 한계를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과자 한 봉지를 특정 방송을 보는 내내 먹는 대신, 에피소드 개수와 과자 섭취량을 미리 설정하는 식이다. 영상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 먹는 습관이 지속된다면 신경을 분산시키도록 ‘손으로 하는 일’을 더해 보는 것도 권장된다. 채 전문의는 “뜨개질, 매니큐어 바르기, 지압볼 쥐었다폈다 하기 등이 추천된다. 이럴 경우 음식이 아닌 손으로 하는 동작에 신경이 집중돼 음식 생각이 덜 나게 된다”고 했다.
 
언제든 맘대로 먹는 습관 버려라

코로나 유행으로 재택근무, ‘집콕’ 시간이 늘면서 집에 음식을 쟁여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음식 생각이 나면 언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선 과자나 가당 음료 등 살찌는 식품 소비가 증가한다. 이 자체가 다이어터에게 함정으로 작용한다. 음식 생각이 난다고 무조건 냉장고나 펜트리 문을 열기 보다 정해진 시간에 먹는 규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식사 일기를 쓰면서 하루에 음식을 얼마나 빈번하게 섭취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된다. 먹은 음식의 이름과 시간, 성분, 칼로리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에 간편하게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식사 일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사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쓰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을 배가량 더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2008년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발표된 바 있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식사 일기를 주 6회 이상 꾸준히 작성한 사람들은 8㎏까지 감량에 성공한 반면 작성하지 않은 사람들은 4㎏ 줄이는 데 그쳤다.

고열량·고지방·고염분이 대부분인 배달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도 중요하다. 배달 앱을 삭제하기 어렵다면 식단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채 전문의는 “요즘에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이어트 음식점이 늘고 있다. 하루 한끼는 기존 고탄수화물 식단 대신 샐러드, 현미밥 포케(생선회와 현미밥 등을 곁들인 음식), 그릭요거트 시리얼, 닭가슴살 현미또띠아 등 건강에 유리한 음식을 주문해 보자”고 조언했다.
 
줄어든 신체활동, ‘니트 다이어트’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파나 침대 위에 퍼져있는 생활패턴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 비만해질 위험이 커지는 것. 근육 사용량이 감소해 ‘운동기능저하증후군’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최근 경북대의대 예방의학과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특히 여성, 20~40대의 신체 활동량이 크게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바깥 활동이나 운동, 체육시설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선 집안이나 직장 등 생활 공간에서 활동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미네소타의대 메이요클리닉은 이를 ‘니트 다이어트(NEAT diet)’로 명명하고 실천을 당부했다. 니트는 ‘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을 뜻한다. 메이요클리닉 연구에 따르면 일상에서 작은 신체적 활동들을 늘리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0%를 더 증가시킬 수 있다.

저층 아파트나 건물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니트 다이어트에 해당된다. 출근 시 지하철 2~3정거장 정도 거리는 걸어서 다닌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카트 보다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칼로리를 더 많이 소모할 수 있다. 대청소하기도 권장된다. 빗자루나 대걸레, 진공청소기를 들고 한 시간 정도 움직이면 열량 소모를 상당히 늘릴 수 있다. 설거지 할 때 발뒤꿈치를 10초 정도 들었다 내렸다 하는 하체운동도 도움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량을 늘리려면 홈 트레이닝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복근 운동인 ‘플랭크’를 하거나 미니 사이클을 타는 것도 방법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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