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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당뇨 전단계 아니라 안심?… 혈당 3적 ‘비만·뱃살·과음’ 잡아야

혈당 측정 장면. 당뇨병에 해당되지 않지만 전 단계에 있거나 그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도 공복혈당 수치가 꾸준히 상승하는 사람은 대사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평소 혈당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에 신경써야 한다. 게티이미지




공복혈당 90㎎/㎗ 이상이고 꾸준히 오르면 대사질환 위험
공복혈당 수치 높아질수록 HDL·혈압·중성지방 악화시켜
운동만으론 혈당 관리 도움 안돼… 식습관 통한 체중 감량 신경써야

A씨는 2년 전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88㎎/㎗로 측정돼 당뇨병(125㎎/㎗ 이상)은 물론 당뇨 전단계(100~124㎎/㎗)에도 한참 모자랐다. 당뇨병은 자신과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전 검진에서 94㎎/㎗, 올해 검진에서는 97㎎/㎗로 조금씩 올랐다. 수치 증가에도 세 차례 검진 결과는 모두 정상 범위에 있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안심하고 혈당 관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씨의 혈당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혈당 상승 추세와 함께 혈압과 콜레스테롤 등 대사 수치도 함께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반된 대사 질환을 정확히 평가해야 하고, 혈당이 더 높아져 당뇨 전 단계에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 당뇨병 아니라도 주의해야

이처럼 당장 당뇨병에 해당되진 않지만 경계 범위(전 단계)에 있거나 그에 못치는 수준이라도 공복혈당 수치가 지속 증가한다면 각종 대사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결코 안심해선 안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국제진료센터 강서영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당뇨병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당뇨 전 단계와 대사질환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주기적인 혈당검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 가운데 당뇨병 진단 병력이 없는 1만3625명을 공복혈당 수치에 따라 90㎎/㎗미만, 90~99㎎/㎗, 100~109㎎/㎗, 110~124㎎/㎗, 125㎎/㎗이상인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어 5개 집단에서 비만, 복부비만 동반 비율을 분석했다.

남성의 경우 공복혈당이 90㎎/㎗미만 집단에서 비만인 비율은 27.2%였다. 이에 비해 90~99㎎/㎗그룹은 38.3%, 100~109㎎/㎗그룹은 50.9% 110~124㎎/㎗그룹은 55.2%로 공복혈당이 상승할수록 비만 비율도 높아졌다. 여성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복부비만 비율도 남녀 모두 공복혈당이 증가할수록 높아졌다.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과 혈압, 중성지방 등 다른 대사 지표 역시 공복혈당 수치가 높아지면서 악화됐다. 남녀 모두 공복혈당 상승에 따라 고혈압(140/90㎜Hg),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 수치 150㎎/㎗ 이상), 낮은 HDL콜레스테롤혈증(남성 40㎎/㎗, 여성 50㎎/㎗미만)을 앓는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과음과 공복혈당의 연관성이다. 공복혈당이 90㎎/㎗미만 집단에선 과음하는 사람 비율이 남성 20.8% 여성 11.0%였는데, 110~124㎎/㎗인 집단에선 각각 38.6%, 11.9%로 증가했다. 과도한 음주량이 혈당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강서영 교수는 14일 “과음하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에 의해 혈당 강하가 안됨)이 증가돼 결과적으로 혈당이 높아지게 된다. 한국인은 특히 안주로 기름진 음식과 탄수화물을 다량 섭취하는 경향이 있어 혈당 관리에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생활습관 가운데 운동은 공복혈당 증가와 관련 없는 걸로 나왔다. 술을 끊거나 체중 감량 없이 운동만 하는 것은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강 교수는 “식습관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데, 이번 연구에서 이에 대해 분석하지 못한 제한점이 있다. 하지만 비만과 복부비만, 음주는 혈당 관리의 위협 요인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교수는 “당뇨병 기준에 들지 않더라도 공복혈당 수치가 90㎎/㎗이상이면 고혈압과 비만,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이 함께 증가한다. 혈당을 연속성 개념으로 접근해 혈당 증가를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번 연구에서 당뇨 전 단계 기준을 100㎎/㎗에서 90㎎/㎗ 이상으로 넓힐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에 경계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98㎎/㎗로 나올 경우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100㎎/㎗ 보다 낮다고 무조건 안심하기 보다는 비만(복부비만)하거나 과음하는 경우라면 생활습관을 미리 개선하고 혈당 추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비만한 20·30대, 당뇨 빨간불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려면 식습관과 운동 등 평소 생활습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특히 공복혈당이 꾸준히 오른다면 과음을 삼가고 체중감량을 통해 적정한 몸무게와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당(설탕과 과당)식품 섭취를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통곡밀 위주 식사를 생활화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그간 논란이 돼온 공복혈당 검사의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현재 2년마다 이뤄지는 국가건강검진에 공복혈당 검사가 포함돼 있으며 직장가입자나 40세 이상 피부양자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 검진 비용 대비 효과에 물음표가 제기돼 왔다. 2013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현 당뇨병 국가검진체계는 비용 효과적이지 못하니 시작 연령이나 1·2차 간격 조정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강 교수는 “올해 국가 당뇨병 검진의 비용-효과 연구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번 연구결과 공복혈당 장애와 관련성이 확인된 비만, 복부비만, 과음에 대한 비용 효과 분석이 검토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13.8%(7명 중 1명), 당뇨 전단계는 26.9%로 약 948만명이 당뇨 고위험군으로 추산된다. 특히 최근 10년간 20·30대 젊은 당뇨 환자가 증가 추세다(그래픽 참조).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40세 미만 젊은 당뇨 환자가 위험한 것은 심한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혈당 관리가 쉽지 않고 오랜기간 고혈당에 노출돼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이른 나이에 합병증이 발생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도 당뇨병에 걸릴 수 있음을 인지해 비만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조기 발견 노력도 해야 한다.

미국 질병예방위원회는 40~70세 비만(과체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권고하던 당뇨병 선별검사를 지난해부터 35~70세로 낮췄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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