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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인플레에 발목 잡힌 바이든 ‘대중 관세전쟁’ 완화 고민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7일(현지시간) 대중국 고율 무역 관세 조치 혜택을 받아 온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의견을 받는 온라인 창구를 열었다. 관세 조치가 계속 필요한지, 조치 해제로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등을 묻기 위해서다. USTR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2018년 부과한 대중 관세에 대한 검토를 최근 공식화하면서 진행한 절차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관세는 미국 정부의 별다른 결정이 없으면 오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자동 만료된다.

미국에선 최근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은 바뀐 게 없는데 혜택만 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중 무역 관세 완화는 올가을 중간선거에서 노동자 지지가 절실한 바이든 행정부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USTR은 지난 5일 자 미 연방관보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대중국 조치 2건에 대한 검토 시작을 알리는 공고문을 게재했다. USTR은 공고문에서 “2018년 7월 6일과 8월 23일 발효된 조치 4년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다”며 “검토의 첫 단계는 무역 조치의 혜택을 받는 국내 산업 대표에게 조치 종료 가능성을 통지하고, 조치 지속을 요청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법에 따라 관세 조치의 효과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경제 영향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 검토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 일각에선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 제기돼 왔다.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지난달 브레턴우즈 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중) 협상력을 부여했을 수 있지만, 이런 조치에는 전략적 목적이 없었다”며 “중국도 유사한 보복 관세를 시행하고 있다”고 관세 조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자전거나 의류, 속옷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고, 중국에는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있는 지금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 전략을 신중하게 재검토하고 있고, 이는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바람직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중 무역 전쟁이 해소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 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CPI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수준을 파악할 때 사용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응할 선택지가 마땅찮은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고려할만한 수단인 셈이다. 무역법 301조는 의회 동의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반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등은 관세 완화에 부정적이다. 타이 대표는 “인플레이션을 줄이려는 미국의 노력이 중국의 무역 관행을 해결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장기 정책 목표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주 캐나다 오타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관세 조치에 관한 결정은 경제 전반에 걸쳐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강력한 협의 절차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일부 진보 계열 의원은 자국의 노동자 보호 등을 이유로 관세 완화 조치에 회의적이다.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응답자 71%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법 301조 관세를 지지했다. 61%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지지하는 공직 후보자를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미·중 자유 무역이 미국을 중국 수입품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61%나 됐다.

윤리공공정책센터 헨리 올슨 선임 연구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다가갔던 오하이오, 아이오와,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중서부 4개 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유무역 축소를 대선 캠페인으로 삼으면서 극적으로 공화당 쪽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대중 무역 전쟁에 대한 노동자 지지가 크다는 의미다.

대표적 스윙스테이트인 오하이오주 상원에 도전 중인 팀 라이언 민주당 하원의원은 “(관세 완화는) 미국 소비자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훔쳐온 인권 유린 공산주의 정부에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관세가 인플레이션 원인임을 주장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 5일 미 경제매체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중·미 수교 이래 양국 경제무역이 장족의 발전을 이뤘지만,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했다”며 “상호 존중과 이해에 입각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철폐,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 제공을 통해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장 주미 중국대사관 경제상무처 공사참사관도 지난주 브리핑에서 “관세 전쟁은 미국 무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몇 년간 증명됐다”며 “그것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일반 미국 소비자와 가족의 생활비를 증가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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