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괴담 사연 해결사? ‘미신 콘텐츠’ 주의보

MBC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 등장한 주인공이 ‘계피나무가 귀신을 막아 줬다’며 계피나무에 불을 붙여 향을 피우고 있다(왼쪽). 최근 유튜브에서는 무당 예능이 판치고 있다. 사진 속 채널에는 한 국회의원이 출연하기도 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김건우(가명·27)씨는 4년 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빌라로 이사했다. 이사하던 날 김씨는 창틀, 대문 등 집안 곳곳에 놓인 계피나무 조각을 발견했고 미신을 믿지 않았던 그는 이를 치웠다. 그날부터 김씨는 집 앞에서 남자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김씨는 점집을 찾아가 무당으로부터 17장의 부적을 받아 집안 곳곳에 붙였고 문제를 해결했다.

이 이야기는 MBC 공포·시사교양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 등장한 사연이다. 사연 제보자는 이야기 재생에 앞서 영상으로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본인은 천주교 신자이고 미신을 믿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살아가며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해 미신과 무당, 점집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TV, 유튜브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 장르 다양성과 호기심을 재미로 풀어낸 콘텐츠라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며 무속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독교인들도 무속신앙에 부지불식간 노출돼 건강한 신앙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심야괴담회는 지난 3월 시즌1이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9일부터는 시즌2가 방영된다. 프로그램은 일반인 제보자가 보낸 괴담 사연을 연예인 출연자가 스튜디오에서 읽고 시청자 판정단의 평가를 받아 많은 호응을 받은 사연 제보자가 상금을 획득하는 구성이다.

사연들은 구성이 유사하다. 귀신을 보는 기이한 체험을 하거나 살아가면서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악몽을 꾸는데 알고 보니 귀신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주술적 방법이 사용된다. 방송에서 사연 주인공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점집을 방문해 무당과 상담하고, 부적과 미신 물품을 사용한다. 계피나무와 팥을 주변에 놓고 부적을 대문에 붙여 귀신을 쫓고 굿을 통해 가족의 건강 회복을 시도한다.

인기를 끌었던 한 사연은 아픈 아버지의 건강 회복을 위해 자매가 서로 다른 무당을 믿고 따르다 무당 간 세계관이 충돌하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기독인들에게 무속이 영적 고민과 일상 속 갈등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토록 한다.

지상파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무당 예능이 인기다. 배우 출신 무속인 정호근씨가 진행하는 ‘푸하하TV’, 개그맨 김준현씨가 진행하는 ‘조선무당 TV’는 구독자수가 수십만이다. 스타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무당, 점, 부적 등의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쉽게 다가간다. 정의당 소속 류호정 국회의원도 무당 예능에 출연했다.

무당 예능에 대해 시청자들은 재밌다는 반응과 함께 무당에 대한 친근함을 드러내는 의견도 많다. TV프로그램 댓글로 ‘저런 무당하고 연락하고 지낸다니 부럽다’는 내용이 공감을 얻고 있다. 유튜브 영상 인기 댓글에는 ‘무속 이미지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 ‘사주를 안 믿는 남편이 재밌다고 보고 있고 같이 신점 보러 가고 싶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점, 무당, 부적이 TV와 유튜브 문법을 새로 익혀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인기몰이하고 있고, 기성 종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주술이 인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콘텐츠를 시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혹여 재미로 보더라도 기독인 간 상호 확인을 통해 재미는 재미로 끝날 수 있도록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불안함 때문에 국민들이 사행성이고 비과학적인 주술적 요소에 많이 의존하고, 많이 노출되다 보니 신뢰도 높은 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정부와 전문가 집단이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이 경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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