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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상 이수지 신작… 팬데믹 시대 ‘그리움’을 그리다



오른쪽 페이지에 동그란 구멍이 뚫렸다. 구멍 뒤에 할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구멍 난 책장을 왼쪽으로 넘기면 이번엔 구멍 뒤로 꼬마가 보인다. 두 사람 사이에 낀 페이지에 구멍을 뚫어 망원경을 통해 서로를 찾는 모습을 표현했다.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도 잘라냈다. 네모로 잘린 구멍 뒤에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할머니 얼굴이 보인다. 페이지를 넘기면 그 구멍 안에 꼬마의 모습이 들어온다. 할머니와 손녀가 화면을 통해 통화하는 모습이다.

이수지의 신작 그림책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은 페이지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작가는 망원경에, 모니터 화면에, 창문에, 편지 봉투에, 눈물방울에 구멍을 냈다. 이 구멍들을 통해 둘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 거리와 그 거리 너머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 거리를 넘어서는 사랑 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책 작가 이수지는 그림뿐만 아니라 책이라는 매체도 표현의 대상으로 본다. 그는 책에 대한 실험을 계속 해왔다. 메시지와 그림과 책을 하나로 통합해 표현하는 이수지의 작법이 이번 책에서도 발휘됐다.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이라는 제목은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에 떨어져 지내게 된 사람들이 수없이 주고받은 말이다. 이수지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녀라는 단순한 설정을 통해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절실하게 그려냈다. 책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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