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橫財)는 ‘뜻밖에 굴러온 재물’이다. ‘바람에 떨어진 과일’이라는 어원을 가진 영어 단어 윈드폴(windfall)이 뜻을 이해하는 데 더 실감이 난다. 횡재세는 기발한 투자 결정이나 혁신 및 효율 증대 노력 없이 단순히 시장 상황에 따라 예기치 않은 큰 이익을 보는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영국이 원조다. 가장 유명한 횡재세는 1997년 노동당 고든 브라운 총리가 보수당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주도의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차익에 부과한 것으로, 23%의 세율로 거둔 52억 파운드를 복지 재원으로 활용했다. 2차 석유 파동 여파로 고물가가 한창인 1981년 보수당 정권은 요즘처럼 이자 장사로 재미를 본 은행들을 상대로 세금을 거뒀다. 에너지 회사를 상대로는 특별세를 부과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되살아난 인플레 망령이 40여년 만에 횡재세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최근 BP, 셸 등 에너지 회사를 상대로 25%의 횡재세를 걷기 시작한 영국의 정책은 매섭기 그지없다. 12개월 한시세 성격이긴 하지만 이전 연도 영업손실분이나 북해 유전시설 해체비용을 공제하지 않도록 했다. 이탈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등은 초과이익세를 부과한 지 꽤 됐다. 기름값 가스값 폭등으로 서민들은 허리가 휘는데 정유·가스회사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게 이유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정쟁에 여념이 없는 국내 정치권도 횡재세 도입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유가 덕에 올 1분기 4조700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4사는 좌불안석이다. 코로나 사태로 5조원의 손실을 본 2020년의 경우처럼 유가 급락기엔 세금을 돌려줄 거냐며 볼멘소리도 해본다. 고통 분담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중과세라는 반시장 논리가 횡재세 도입의 최대 장벽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투자 유도를 위해 윤석열정부가 최근 발표한 법인세율 인하 정책과도 배치된다. 오히려 석유공급이 위축될 수도 있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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