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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만에 뭉친 태극전사 “VNL 복귀가 목표입니다”



팡! 팡! 11일 오전 10시 충북 진천선수촌 배구장이 코트를 내리찍는 강스파이크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오는 28일부터 나흘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챌린저컵(VCC)을 2주가량 앞두고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이 막바지 담금질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 5월 31일 소집 이후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 간 호흡에 초점을 맞춰 훈련 중이다.

세터 한선수(37·대한항공)가 토스한 공을 라이트 허수봉(24·현대캐피탈)이 풀스윙으로 코트 위에 내리 꽂자 경기장이 울렸다. 센터 신영석(36·한국전력)은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오케이~”를 외치며 훈련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남자배구 대표팀 소집은 약 2년 반 만이다. 2020년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하며 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했고 코로나19까지 덮쳐 국제대회 경험이 없었다.

오랜만에 소집된 대표팀은 맏형 한선수와 신영석이 이끌고 있다. 대한항공의 구단 첫 통합우승 2연패를 이끈 한선수, 6년 연속 V리그 베스트7 신영석은 이견 없는 한국 최고의 선수다. 하지만 이번 소집에 흔쾌히 응하지 못했다.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지막 날까지 고민했어요. 국제대회 경험의 실패를 통해서만 마지막에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봐요.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와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는데 제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게 마음이…. 근데 선수형이 ‘마지막으로 한번 후배들 위해서 길을 뚫어보자’고 해 결심했어요.”(신영석)

“나이가 많아서 뽑힐 줄 몰랐는데 뽑아주시니 감사하죠. 그만큼 (후배) 선수들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 한다 생각하고 왔어요. 저 혼자는 힘드니까 영석이랑 같이 돕자고 했어요.”(한선수)

‘길을 뚫는다’는 것은 이번 대회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VCC에서 우승하면 2018년 강등된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 진출해 세계 강팀들과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내년으로 예정된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 진출하려면 세계랭킹 24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한국은 12일 현재 32위다. 랭킹포인트를 최대한 쌓아야 한다.

“어릴 때 월드리그(VNL의 전신)를 경험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 우승해야 한국도 VNL에서 강팀들과 경기를 경험할 수 있어요. 선수형이랑 저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그 어떤 선수보다 후배들을 위해 좋은 길을 열어주는 게 목표예요.”(신영석)

“어릴 때는 국가대표가 우상처럼 느껴졌어요. 운이 좋아서 대표팀에 왔는데,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갖도록 하는 게 선배들의 몫이죠.”(한선수)

후배들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임도헌 대표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활약을 강조하며 대표팀 라이트 임동혁(23·대한항공)과 허수봉을 언급했다. 라이트가 최전선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라이트가 미친 활약을 펼쳐야 다른 포지션에서 잘 풀려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공격이 아니라 어려운 공격을 잘 성공시켜야 해요. 라이트는 레프트처럼 수비는 안 하니까, 공격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임동혁)

남자배구를 이끌어 갈 미래 세대의 주역인 두 선수는 V리그 남자부의 흥행도 늘 염두에 둔다.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여자배구 인기가 올라가는 걸 봤어요. 남자배구를 위해서도 국제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허수봉)

“(유니폼의) 태극기는 단순한 태극마크가 아니에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이번 대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활약해야 미래가 보이기 때문에 선배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처럼 저희 역시 해야 할 임무를 갖고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임동혁)

대표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쿠바(13위) 튀니지(15위) 튀르키예(17위) 카타르(21위) 체코(24위) 칠레(27위) 등 만만한 팀이 한 팀도 없지만, 마지막 국제 경기였던 도쿄올림픽 예선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5세트 13-15까지 몰아붙이며 2대 3으로 석패한 투혼을 보인 경험을 발판으로 더 성장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홈 이점도 기대하며 국내 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신영석은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서 많은 팬이 와주시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며 “점점 경기력이 좋아지고 팬들이 많이 봐주실 테니 좋은 성적으로 우승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진천=글·사진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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