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여전히 당신뿐이어서



오늘 본문을 통해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리스도의 우리를 향한 사랑’이지 ‘우리의 그리스도 사랑’이 아닙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35절) 이 말은 그 무엇도 그리스도의 우리를 향한 사랑을 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바울은 인간이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역경들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이런 것들조차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없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확신은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긴다’(37절)라는 선포로 이어집니다. 헬라어 ‘휘페르니카오’는 ‘넉넉히 이기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라면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휘페르니카오인 것입니다.

제 딸이 태어난 다음 날 우리 부부는 담당 의사로부터 딸의 귀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오른쪽 귀는 미세하게 반응하지만 왼쪽 귀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크게 동요하고 있는 아내를 안심시키며 애써 의연한 척 했지만 제 안에는 이미 ‘만약’과 ‘정말’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후 정밀 검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매일 딸의 귀에 대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응이 없는 아이를 보며 아빠이자 목사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도밖에는 말입니다.

섬기던 교회에서 변함없이 금요기도회 찬양 인도를 마치고 앞자리에 앉아 기도하던 중 저도 모르게 이런 고백을 하게 됩니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분이 여전히 당신뿐인 것이 참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님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아무도 의지할 수 없고 기댈 수 없는 가운데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분. 하나님이 계신 것이 얼마나 큰 위로와 감사인지 모릅니다.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고 그 상처로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계신 주님. 그리고 내가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큰 감격과 기쁨이 됩니다.

한 미국의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새신자 교육을 마치고 가족 친지들을 초청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돌아가면서 질문을 합니다. 로마서 8장 38~39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마이클, 너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놓을 것이 무엇이지?”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결코 끊지 못합니다.”

메리, 엔드류, 피터, 그레이스 모두 잘 대답했습니다. 이젠 지적장애아인 레이첼 차례가 되었을 때, 교회 안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레이첼이 긴 성경 구절을 다 이해하는지, 외웠는지를 걱정했던 것입니다.

“레이첼, 너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놓을 것이 무엇이지?” 레이첼이 대답합니다. “Nothing!(아무 것도 없어요)”

이 보다 더 확실하고 명답이 어디 있을까요. 레이첼은 너무나 쉽게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대답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우리를 향한 사랑을 배신하지 않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휘페르니카오. 승리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분이, 사랑할 수 있는 분이 여전히 하나님뿐이십니다. 그것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어지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문경욱 제주누리교회 목사

◇제주누리교회는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소속으로 ‘예수의 제자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공동체’라는 비전을 품고 제주복음화를 꿈꾸는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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