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자폐 스펙트럼 장애



소음에 민감해 밖에 나갈 때는 헤드셋을 쓴다. 냉장고 안의 물병을 일렬로 정돈한다. 다른 사람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타인의 거짓말에 쉽게 속는다.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반향어’를 많이 쓴다. 특정 사물에 꽂히면 집착이 심하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알게 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의 특징이다. ASD는 사회성 결여, 의사소통 문제,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사회성 발달 장애를 말한다. 우영우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자폐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우영우는 이렇게 말한다.

지적 장애가 없고 특정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는 ‘고기능 자폐증’이 있다. IQ 164, 한번 본 책은 사진 찍듯 머릿속에 남아 저절로 기억되는 우영우가 그렇다.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지만 기억 암산 음악 등 특정 분야에 굉장한 능력을 갖춘 ‘서번트 증후군’도 있다.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주인공이 그렇다.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한번 보고 통째로 외워버린다. 드라마 ‘굿닥터’의 천재 소아외과 전문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나온 천재 피아니스트도 이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ASD는 세상과 소통이 어렵다. 이 드라마에 나왔던 중증 자폐인이 그런 경우다. 지능이 낮고 막무가내식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ASD는 주로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한다. 2020년 기준 국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인구는 약 3만1000명이다. 2021년 미국 통계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 출현율은 44명 중 1명. 꽤 많은 숫자인데 우리 사회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비장애인이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드라마처럼 회전문 통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티 내지 않고 병뚜껑 따주고, 고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주는 것. 더 많은 우영우를 세상으로 불러내는 길일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