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기적에서 행복으로



갈릴리 가나에 결혼식이 있었고 잔치 중에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결혼 축하 잔치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 상황을 알리고, 예수님은 여섯 개의 돌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물은 어느새 포도주로 변합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이 표적을 신비한 마술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가나의 결혼잔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신학자들은 “이 기적이 지금은 불가능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혹은,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등등의 질문을 받습니다.(11절)

개역개정 성서는 이를 ‘첫 표적’이라고 전합니다. 표적은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한 ‘이적’을 뜻합니다.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드러내는 것이 바로 표적입니다. 이 표적을 통해 예수님은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신학자들은 포도주 이적에 관해 설명할 때 예수님이 어떻게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요한복음은 과학적 사실이나 팩트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본문 6절을 보겠습니다.

“거기에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 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여섯 개의 돌 항아리는 정결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율법에 따르면 외출하고 돌아오거나 성전에 갈 때, 부정한 것을 씻으라고 돼 있습니다. 이방인이나 장애인, 문둥병 걸린 사람을 만나거나, 시체를 지나오면 반드시 몸을 씻도록 율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몸을 씻는 정결례에 사용하려던 항아리 6개를 예수님은 정결례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잔치가 멈추지 않도록 표적을 행하는 데에 사용하십니다. 여섯 개의 돌 항아리는 최초의 성만찬을 떠올리게 합니다. 유대인들이 깨끗해지기 위해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 지었던 정결례 대신 예수님은 새로운 사랑의 율법을 보여주십니다.

그 율법은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함께 성만찬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웃들과 친구들, 우리의 적들과도 떡과 포도주를 나누고 밥상을 나누고 삶을 나눠야 합니다. 이것이 성만찬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이 표적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관대하고 풍성하신 분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예수님의 표적은 결혼식 잔치에서 누가 잘못을 했는지, 언제 실수를 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유대인의 삶의 주기에서 결혼식은 아주 중요한 행사였고 그중에 음식 대접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명백한 실수를 예수님은 놀랍고 즐거운 순간으로 바꾸셨습니다. 손님에게 좋은 포도주를 대접하고 잔치를 열어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이고 하나님의 본성입니다. 1등과 2등 그리고 꼴등까지 잔치를 열어주는 교회, 승자와 패자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입니다.

교회공동체에는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기쁜 일도 있지만, 실수도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올바른 공동체는 누가 잘못을 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따지는 것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발생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손님에게 좋은 포도주를 대접하고 잔치를 열어주는 예수님의 마음과 닮아가는 교회, 구별되고 선택된 사람들만이 초대받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식탁을 나누고 성만찬을 나누는 평등하고 열려있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최준혁 목사(춘천 가까운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 교단에 속한 춘천 가까운교회는 지난 6월 강원도 춘천 우두동에 창립된 교회입니다. 하나님에게 가까워지고 이웃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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