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24시간 전화 상담·먹거리 나눔… 교회 반경 ‘십리’를 품다

임병선(가운데) 목사가 지난 8일 경기도 용인 용인제일교회 로비에 마련된 주민들을 위한 식료품 창고 앞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장된 쌀주머니.
 
용인제일교회가 주민들이 자유롭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포장해 둔 반찬.
 
용인제일교회에 설치된 풋살장.


교회 반경 ‘십리’(약 4㎞) 안에 사는 주민 모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눈다는 취지로 시작한 ‘십리 프로젝트’는 경기도 용인시 용인제일교회(임병선 목사)의 주력 사역이다.

누군가의 비극적인 죽음이 십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모멘텀(동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교회에서 2㎞도 떨어져 있지 않은 경전철 김량장역에서 한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임병선 목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8일 교회에서 만난 임 목사는 “지척에 우리 교회가 있는데 수많은 어려움에 몰린 그 청년이 교회 문턱을 넘을 생각조차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면서 “교회가 잘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비극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고 장로님들과 협의해 구체적인 사역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십리 프로젝트’는 이런 절박함에서 지난 1월 첫발을 내디뎠다. 사역의 핵심은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품기 위해서는 훈련받은 교인들이 달려가고,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이들에게는 먹을 것을 건네는 식이다.

임 목사는 “교회의 그늘 아래에서는 아픔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들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이런 취지에 공감한 교인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회는 이를 위해 생명을 살리는 전화(1855-4620)를 개설했다. 24시간 상담을 위해 밤에는 10명의 교역자가 당직을 선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전화가 오면 교인들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간다.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교인들이 위기에 빠진 이웃을 만나면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식사를 함께하기도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교회 로비에는 식료품 창고도 마련했다. 이 공간은 필요한 이들에게 늘 개방하고 있다. 냉장고와 진열대에는 새로 만든 반찬과 각종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물품을 기증하려는 교인들도 이용하지만, 식료품이 필요한 이들도 언제든 찾아 먹거리를 가져갈 수 있다. 몸이 불편한 주민에게 배달을 가기 위해 ‘사랑 나눔 봉사팀’도 꾸렸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십리 안에 있는 삼가동과 역북동 중앙동 동부동 유림동 등의 복지센터와 협력 체계도 갖췄다. 교회 근처에 있는 용인대와 명지대 학생을 위해서도 반찬 배달을 간다. 어머니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다.

교회는 난방비가 없어 추위에 떠는 이웃을 위해서 난방비 지원도 하고 있다. 교회 반경 십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겠다는 사역은 하루가 다르게 입소문이 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인들 반응도 좋다. 임 목사는 “무엇보다 교인들이 큰 보람을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교회 주변에 사는 25만여 명을 돌본다는 자부심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교회들이 오랫동안 쌓은 성을 무너뜨려야 희망을 꿈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만의 성이나 폐쇄적인 분위기를 내려놓고 열린 교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이웃같은 교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십리 프로젝트’에 교회들이 모두 참여하자고 권했다. 임 목사는 “십리 프로젝트는 우리 교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면서 “모든 교회가 십리를 섬기겠다고 나선다면 우리나라에 억울하거나 아픔에 빠져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교회 ‘사랑방’으로 오세요

용인제일교회의 십리 프로젝트가 ‘찾아가는 사랑 나눔 사역’이라면 이 교회 예배당은 그 자체로 주민을 초대하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교회 본당부터 소 예배당, 교회학교 부서 예배당이 모두 교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2019년 교회 건축을 마친 교회는 설계 단계부터 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세운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건축을 마친 뒤 용인제일교회에는 흡사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처럼 다채로운 시설이 마련됐다. 교인들이 주일에만 주민들에게 빌려 사용하는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파격적이다. 이 때문인지 교회에는 주중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교회 구석구석 마련된 편의 시설을 활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회에는 풋살장과 놀이동산, 도서관, 댄스 연습실, 소극장, 피시방,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 등이 마련돼 있다. 심지어 청년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창업 공간까지 마련했다. 본당도 예배당이라기보다는 공연장에 가깝다. 모두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다. 실제 교회에서는 영화 상영, 공연, 패션쇼까지 진행된다.

임 목사는 “교회 건축을 하면 주민들이 좋아하질 않는 걸 보면서 ‘욕먹지 않는 건축’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면서 “교인과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복합공간으로 설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용인=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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