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예수님이 3명의 제자와 변화산에 올라간 동안에 귀신 들린 아들을 데리고 찾아온 아버지가 남은 제자들에게 귀신을 쫓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제자들은 귀신을 쫓아내려 노력했지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를 본 예수님께서는 이들의 믿음 없음을 탄식하며 ‘믿음이 없는 세대여’라고 책망하십니다(막 9:19). 이어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예수님이 탄식했던 ‘믿음 없는 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막 9:22). ‘무엇을 하실 수 있거든’이라는 말은 제자들이 고치지 못했듯이 예수님도 내 아들을 고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심에서 나온 말입니다.

물론 이 아버지의 태도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달라붙은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품고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부탁했는데 제자들의 무능함을 보고 예수님에 대한 신뢰가 작아졌던 것입니다. 더구나 함께 따라온 서기관들이 얼마나 예수님에 대해서 모함을 했겠습니까. 이러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아버지가 선택한 것은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으려는 마음의 준비였을 겁니다.

저는 이 말씀을 준비하면서 이 아버지 같은 사람이 바로 나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살아있다면 올해 16세가 됐을, 하늘나라에 간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태어날 때 의료 사고로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유명한 병원을 찾아다니며 재활훈련을 했고 눈물을 흘리며 내 아들을 고쳐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5년, 10년이 지나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울고불고 간절히 기도했던 저는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게 됐습니다. ‘주님 뜻이 있다면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제가 믿음이 좋아진 것일까요.

아닙니다. 믿음을 가지고 강하게 기도하면 기도할수록 더 심한 절망감에 빠질 것 같아 주님 뜻이면 해결해 달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이것은 믿음의 표현이 아니라 커다란 실망감에 빠지기 싫어서 너무 간절하게 기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저에게 비수처럼 꽂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십니까. 혹시 저처럼 계속된 실패 탓에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당연히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 기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응답이 없을까 두려운 마음에 마음껏 울지도, 요구하지도 못하는 신앙생활을 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아버지에게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믿음을 요구하셨습니다. 아들의 치유 원인이 예수님도 제자들도 아니라 아버지에게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아들을 치유해 주실 것이라는 아버지의 확고한 믿음이 아들이 고쳐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사건은 귀신 들린 아들을 고치신 사건이 아닙니다. 신앙적으로 잠들어 있고 온갖 실패와 실망을 반복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패배 의식을 고치고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한 마음을 치유하는 사건입니다.

저와 같은 실패와 실망으로 인해서 삶에 대한 기대를 스스로 포기하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마저 사라진 성도님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귀신 들린 아들을 둔 아버지의 고백처럼 우리의 믿음을 회복하고 지금까지 예수님을 확실하게 믿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에 대해 용서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서태영 목사(꿈꾸는교회)

◇꿈꾸는교회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소속 교회다. 서태영 목사는 아내와 함께 가정 치유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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