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노숙자·중독자가 봉사자로 변화되는 꿈의 공동체를 이루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노숙자 문제는 점차 심화하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노숙자 서비스국이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만 6만6436명이 노숙을 경험했으며 이는 2019년보다 12.7% 늘어난 수치다. 미국 정부조차 획기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가운데 노숙자들을 위로하고 재활과 자립을 돕는 교회가 있다. 28년째 노숙자를 비롯해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 성폭력이나 학대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LA 드림센터(Dream Center)다.

최근 드림센터에서 만난 매튜 바넷(48) 목사는 “드림센터는 집이 없는 이들에게 머물 장소를,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과 옷을,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꿈을 심어주는 곳으로 현재 600여명이 함께 살고 있다”며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24시간 365일 열려 있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드림센터의 다양한 사역 중 하나인 중독자와 출소자, 우울증 환자를 위한 무료 주거 프로그램에는 현재 23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3년에 걸쳐 드림센터에 살면서 치유하고 일자리를 찾아 자립한다. 바넷 목사는 “드림센터에 들어온 사람들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은 졸업 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목표의식을 갖는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좋은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마음속 상처를 치유 받고 사회에 적응할 용기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정부도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고 일자리를 찾아주는 등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구호단체가 주는 밥을 먹으며 지낼 수 있는 길거리 삶에 익숙해진 노숙자들은 굳이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다. 바넷 목사는 이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림센터가 운영하는 6개의 푸드트럭이 음식을 가득 싣고 일주일에 60군데를 다니며 노숙자들을 만납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단순히 먹을 것만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듣고 나누며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합니다. 그렇게 만남이 쌓이다 보면 그들의 마음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죠. 드림센터에 들어올 때까지 5년간 만나며 교제한 노숙자도 있었습니다.”

드림센터는 현재 예배당인 엔젤러스템플을 비롯해 12개 건물을 사용하고 매년 1200만달러(약 150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운영될 정도로 커졌지만 처음부터 이런 성장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교회 개척의 꿈을 가지고 LA에 왔던 스무 살 바넷 목사는 개척 멤버들이 다 떠나버린 실패를 경험했다.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형교회 담임목사님이었고 저 역시 큰 교회를 이루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네가 아무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면 누구나 원하는 좋은 사람들을 보내주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제 주머니를 털어 산 음식을 가지고 노숙자를 향해 발걸음을 뗀 것이 사역의 시작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지금은 1년에 6000명의 자원봉사자가 드림센터에 옵니다.”

드림센터를 경험한 자원봉사자들은 미국 120개 지역에서 또 다른 드림센터를 세우고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바넷 목사는 “LA 드림센터로 인해 인근 에코파크 지역이 변화됐다. 전국 드림센터도 각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감당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이뤄낸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재활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고백
“드림센터에서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 찾았죠”

드림센터에 거주하는 이들은 마약에 중독됐거나 교도소에 있다 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았고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드림센터가 제공하는 교육에 열심히 참여하고 비슷한 처지였던 동료와 교제하는 등 그들이 머무는 숙소는 활기찬 기운이 가득했다.

앵커리지에서 온 저스틴(25·사진)은 알코올 중독에 빠져있다가 드림센터에 왔다. 그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코로나가 터졌고, 취업하지 못하고 술집에서 일하다 잘못된 길로 가게 됐다. 그는 "드림센터에 온 지 11개월이 됐다. 이곳에서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가 무엇인지 발견했다"면서 "드림센터에서 2년 차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벤트 매니저 공부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레이첼(31)은 워싱턴에서 교도소와 길거리 생활을 반복하다 드림센터에 정착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언어와 신체 폭력을 일삼았다. 15살에 정부의 도움으로 아버지로부터 분리돼 새 삶을 꿈꿨다. 그러나 취업을 도와주겠다고 해 따라갔던 사람은 성매매 알선책이었다. "드림센터에서 내 몸은 남에게 파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소망을 찾았고 내 삶이 달라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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