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교회, 청년을 ‘미래’라 쓰고 ‘일꾼’으로 부린다



국민일보는 지난 4월부터 연중기획 시리즈 ‘한국교회, 세상 속으로’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1부 ‘교회, 세상 속으로’는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버팀목이 되는 교회들을 조명했다. 2부 ‘교회, 청년 속으로’와 3부 ‘교회, 말씀 속으로’ 보도를 앞두고 ‘한국교회 성도들의 교회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교회 청년들이 교회를 이끌어나갈 중추로 인식되고 있지만 현실은 ‘교회 행사에 자주 동원되는 일꾼’ ‘주요 의사 결정에 배제되는 그룹’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6일 조사됐다.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코디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한국교회 출석 성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교회 인식 조사’ 결과다.

조사에서 교회 청년들의 위상과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9명(87.4%)은 ‘우리 교회를 이끌어 갈 중추적 성도’라고 답했다.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장년(35세 이상) 성도의 응답률(89.3%)이 청년(19~34세) 성도(82.1%)에 비해 7.2% 포인트 높았다. 이른바 교회 어르신들이 교회의 미래 사역과 비전을 위해 청년 성도들에게 거는 기대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실과의 간극은 컸다. 청년 성도 10명 중 8명 정도(81.8%)는 ‘교회 행사 진행에 많이 동원된다’고 답했고 ‘교회가 청년들에게 헌신을 강요한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56.2%). 장년 성도들 상당수(78.2%)도 청년들이 교회 행사에 많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에 동의했지만 ‘헌신을 강요한다’는 문항에 대해선 응답률이 11.7% 포인트 낮아 온도차를 보였다. 청년 성도의 절반 이상(53.4%)이 ‘교회에서 청년부를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말뿐인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대부분(91.1%)이 ‘청년 성도의 교회 내 의사결정 참여에 찬성한다’는 문항에 공감했지만 참여 방법에서는 세대차가 드러났다. ‘청년 대표가 당회 등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 항목에, 청년 성도들은 44.5%의 응답률을 보였고, 장년 성도들은 38.4%에 그쳤다. 반대로 ‘주요 의사결정 시 청년부 의견 수렴하는 제도 구축’ 항목엔 장년 성도 응답률이 58.1%로 청년 성도 응답률(48.2%)보다 9.9% 포인트 높았다. 청년들은 교회의 의사 결정에 더 직접적으로 참여하길 원하고, 장년들은 간접 참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 세대에 걸쳐 ‘청년층과의 소통의 장 마련’(21.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청년 응답자의 경우 ‘전문 사역자 양성’(18.0%)에 대한 요구가 두드러졌다. ‘의사결정 참여 기회 부여’(12.7%) ‘문화적 선교전략 마련’(12.5%) 등이 뒤를 이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청년 성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인정과 공감을 나눌 ‘소통의 장’과 그들을 더 잘 이해하는 ‘전문적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진 미래교회연구소장은 “한국교회가 청년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은 ‘코쿠닝(Cocooning·보호막 안에 머물며 자기만의 안식처를 가지려는 현상) 성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 대상은 지역 성별 연령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으며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는 3.1±% 포인트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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