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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의 마약왕 목사, 전형적 사이비 교주 모습”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전요환 목사(황정민 분) 뒤에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도열해 있다. 넷플릭스 제공


전요환 목사가 신도들과 종교 의식을 치르는 장면. 드라마 수리남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한인교회 목사로 위장한 마약 밀매상 전요환(황정민 분)은 성찬식 포도주에 몰래 마약을 넣어 성도들을 마약중독자로 만들고는 헌금을 갈취한다. 목사 가운을 입은 그는 위스키를 마신 후 분을 못 이겨 십자가를 향해 유리잔을 집어 던지기까지 한다.

남아메리카 북부의 작은 나라 수리남에 자신만의 마약·종교 왕국을 만든 전요환이 검거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속 전요환은 겉으로는 인자한 척하며 목사임을 내세우면서도 돈이라면 살인과 마약밀매, 신분 세탁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형적인 사이비·이단 교주의 모습이다. 하지만 정통교회와 이단을 쉽게 분별하기 힘든 일반인에게는 기독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 넘은’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경로로 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기독교를 희화화하거나 반기독교 정서를 부추기는 듯한 드라마 등 영상물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끈 드라마 ‘오징어 게임’부터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르기까지 왜곡된 기독교 이미지와 교리를 담은 작품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수리남은 표현의 자유를 십분 인정하더라도 기독교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지나칠 만큼 노골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일보 자문위원인 안광복 청주 상당교회 목사는 18일 “하나님 은총을 너무 자극적이고 억지스럽게 표현하면서 기독교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려는 것처럼 느껴져 씁쓸했다”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혜와 죄, 구원 등이 너무 저급하고 세속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리 내부에 하나님 뜻을 저버린 사탄 들린 놈이 있는 게 분명해.” 드라마에는 자신의 뜻과 다르면 하나님 뜻을 거역한 것이라고 보는 주인공을 맹신하는 광신도의 모습도 그려졌다. 이런 장면이 일반인들이 보기엔 마치 교회에 이런 목회자와 성도의 관계가 사실인 것처럼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미디어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기독교가 흥행을 위해 통용되는 하나의 공식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만큼 종교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제는 기독교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독교인이 세상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성찰하면서 기독교 본질 알려야”

미디어 속 부정적 기독교 이미지에 과도하게 발끈하는 행태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교회가 스스로 돌아보며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바른미디어 대표 조믿음 목사는 “최근 코로나로 인한 기독교 이단 신천지 사태 당시 일반 언론이나 대중은 신천지와 개신교의 차이를 크게 못 느낀다는 정서가 있었다”면서 “무작정 미디어를 비판하기보다는 ‘교회가 왜 세상에 이런 모습으로 비치는 걸까’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이 상대를 교화하려고만 하기보다는 상대의 판단력과 분별력을 존중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안 목사도 “이럴 때일수록 성도들은 기독교 본질인 사랑과 십자가 정신, 예수만이 참된 소망임을 확신하는 신앙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조언했다.

대중으로 하여금 기독교와 이단에 대한 명확한 구분 내지는 안내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은 “대중이 이단과 기독교를 하나의 종교로 바라보지 않도록 신학자, 목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유경진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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