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청년 스스로 소비 패턴 점검하고 올바른 재정 원칙 세운다

청년미래은행 금융 멘토링에 참가한 멘티 김현정(왼쪽)씨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카페에서 재정 메이트 정선애씨에게 휴대폰으로 인터넷 적금을 보여주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재정 메이트 지원자들이 교육받는 모습. 청년의뜰 제공
 
청년미래은행을 운영하는 청년의뜰 한병선 본부장, 김예림 메이트, 이영우 팀장(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석현 포토그래퍼


“예전엔 돈이 나를 부렸다면, 지금은 내가 돈을 부린다.” 청년의뜰 청년미래은행 금융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멘티 김현정(36)씨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만나 한 말이다. 멘토인 재정 메이트(Mate) 정선애(38)씨는 “우리는 판단이나 충고를 하지 않는다. 돈을 다루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할 뿐이다. 그런데 청년 스스로 소비 패턴을 점검하고 재정 원칙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프로그램 시작 전 멘티 김씨는 돈 문제로 ‘멘붕’을 겪었다. 음악 강사로 일했던 그는 “코로나 기간 일을 제대로 못 하면서 대출을 받아 결혼을 했다.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렸는데 이걸 알게 된 남편이 매우 상심했다”며 “남편을 실망시킨 게 미안하기도 하고 늘 돈에 쫓기는 처지가 좌절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지인의 추천으로 청년미래은행 1년 프로그램 ‘빌려요’ 1기에 참가했다.

메이트 정씨는 경영학 전공 후 일반 기업에서 7년간 일하다 진로를 바꿔 2015년부터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그는 “재정 메이트 역할은 사회복지사로서 하던 사례 관리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전문성이 크지 않았는데 청년미래은행에서 메이트 지원자를 대상으로 재정 안내자와 촉진자가 될 수 있도록 전문 교육 과정을 제공했다”고 했다.

청년미래은행은 여러 인적 사항을 고려해 메이트와 멘티를 매칭한다. 청년미래은행 관계자는 “멘티 김씨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여성이라는 것을 고려해 가정을 세워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결혼 10년 차인 주부 정씨를 연결했다”고 했다. 처음 6개월은 매주 15분씩 온라인으로 줌(Zoom)에서 대화했다. 흔히 재정 멘토라고 하면 돈을 어떻게 아끼고 저축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청년미래은행 메이트의 역할은 멘티 청년이 자신의 소비 습관을 살펴보면서 자기 욕구를 확인하고 무엇을 유지하고 줄여갈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특징이 있다. 정씨는 “상반기 상담에서는 멘티의 금융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소비만족감을 체크하도록 한다”고 했다. 큰 만족을 주는 소비를 유지하고 그렇지 못한 소비를 줄여나가도록 돕는 과정이다.

멘티 김씨는 자신이 충동적인 소비를 많이 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관계 비용’을 많이 쓰는 편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는 “액세서리 등 잡화를 온라인을 통해 많이 샀다. 또 다른 사람에게 뭔가 선물하는 걸 좋아하더라”며 “메이트는 소비 평가지를 보고 내가 왜 그런 소비를 하는지 알려준 뒤 어떻게 돈을 쓰는 게 좋은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이끌어 줬다”고 했다.

김씨는 차츰 소비 분야와 횟수를 조절하게 됐다. 하반기에는 월 1회 30분씩 줌 미팅을 가졌다. 그는 “소비 패턴을 조절하면서 저축도 조금씩 하게 됐다. 친정엄마 환갑 여행을 위해 6개월 정기적금을 들었는데 곧 찾는다. 생애 첫 만기 적금”이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김씨는 이제 돈을 잘 쓰고 모으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는 “이제는 돈도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걸 알고 하나님 뜻에 따라 잘 쓰는 법이 뭔지 고민한다”고 했다. 정씨는 “청년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나 역시 이 땅에서 어떻게 살지 고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달 ‘모아요 3기’ 100명 모집

기독교 청년 사역 단체 청년의뜰(대표 이종수)은 금융 멘토링 프로그램 '청년미래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종수 대표는 20일 "청년 상당수가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없기 때문에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돈을 모으고 나누고 쓰는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이 과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들이 학교 과정을 마친 뒤 첫 취업을 하기까지 평균 10.8개월이 걸린다. 제대로 일자리를 얻기까지는 3~4년이 소요된다.

청년미래은행은 크게 '모아요'와 '빌려요' 과정을 운영한다. 모아요는 6개월 금융 멘토링 과정이다. 멘토링을 받으면서 매월 10만원씩 저축한다. 교육이 끝나면 40만원을 보태 1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빌려요는 연이율 3%로 최대 400만원을 빌려준다. 1년 과정인데 빌린 돈을 다 갚으면 냈던 이자(약 6만원)를 그대로 돌려준다. 두 과정 모두 전문 교육을 받은 금융 메이트(Mate)의 일대일 컨설팅이 포함돼 있다.

2020년 5월 청년미래은행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한 청년의뜰은 재정 메이트 18명을 교육했다. 지난해 청년 15명이 모아요 1기 과정을 마쳤고, 다음 달까지 청년 61명이 모아요 2기 과정을 마친다. 이영우 팀장은 "참여한 청년들은 다음 달 11일 이후 저축지원금 4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빌려요 1기 프로그램은 다음 달 완료된다. 상반기에는 메이트 양성과정과 모아요가 진행되고 하반기에는 빌려요를 진행한다. 한병선 본부장은 "금융 교육과 실전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메이트와 멘티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청년미래은행은 다음 달 말쯤 6개월 과정 '모아요 3기' 청년 100명을 모집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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