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6) SNS 통한 팬들과 진실한 소통… 즐겁고 살맛 나게 해

방송인 서정희씨는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은 서씨의 인스타그램 첫 화면.


백조이길 꿈꿨다. 아니 백조라고 생각했다. 발 아래는 쉼 없이 물질을 하지만 남에게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고고하고 우아한 백조. 그 백조의 삶이 좋아 보였다. 보이는 것이 중요했고 인정받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인정받으면 인정받을수록 사람들과의 관계는 멀어졌다. 내 백조의 우아함에 사람들은 한편 부러워하면서도 거리감을 느끼며 불편해 했다. 대중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것이다. 백조라는 자리를 지키느라 제대로 날아오르지 못한 불쌍한(?) 백조였다.

그런 내가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열심히 하고 있다. 팔로워가 현재 7만 2000명쯤 된다. 나의 ‘찐 팬(fan)’들이다. 인플루언서, 셀럽 등 연예나 스포츠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에 비해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보통 광고나 홍보를 싣고 수익을 내기 위해 SNS를 하기도 한다. 내 SNS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따뜻한 관계를 맺고 싶은 찐 팬과 소통의 장이다. 나는 일기 형식, 짧은 시,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올린다.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에 감동하면 그림이나 글로 표현한다. 내 SNS의 특징은 댓글이 엄청 달리곤 한다. ‘좋아요’만 누르는 게 아니고 공감한 내용을 남겨주신다.

요즘은 SNS에 새로운 분들이 찾아주신다. 바로 나 같은 유방암을 겪는 환우와 그 가족이다. 내 증상에 대해 조언해주고, 다음에 어떤 증상이 올 테니 대비하라고 알려주신다. 그분들의 조언과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덕분에 미리 준비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겪으면 지나간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혹시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물어보기도 한다. 병을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아주 작은 정보라도 갈구하기 마련이다. 댓글 환우들 덕분에 모두 불안한 시간을 잘 견디고 있다.

최근 부은 얼굴과 통증을 안고 가발을 쓴 채 아침 생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화면에 퉁퉁 부은 얼굴이 나와 속이 상했는데 SNS에 격려와 응원의 글이 쏟아졌다.

로션만 바르고 메이크업 안 해도 예쁘고 아름답다는 칭찬, 내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 밝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는 칭찬이 있었다. 환우와 그 가족은 저마다 경험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우리 모두 씩씩하게 헤쳐 나가 보자고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누군가 내게 서정희가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사랑스럽다는 말을 해줬는데, 그 댓글에 눈물이 났다.

SNS는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요즘 인기 추세도 잘 모른다. 예전엔 사진작가가 찍어주던 완벽한 사진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내가 직접 찍어 올린 것이 더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이런 꾸밈없는 소통이 정말 즐겁고 살맛나게 한다. 이제 백조를 꿈꾸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날아가는 작은 새로 살고 싶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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