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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너지 위기 극복 해법은 효율화



지금 유럽에서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명대사를 패러디한 “에너지 위기가 오고 있다(Energy Crisis is coming)”는 말이 널리 퍼지는 중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국제에너지주간 행사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이 “전 세계가 ‘진짜’ 에너지 위기와 처음 맞닥뜨렸다”고 엄중히 경고한 걸 생각할 때, 이는 결코 가벼운 농담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가스 공급을 기습적으로 줄이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도매가격은 지난해의 9배까지 치솟았다. 심지어 157년 역사의 세계적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가 연료난으로 가스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해 생산 중단을 고민한다는 외신 보도마저 있었다.

전 세계가 겪는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나 되는 우리나라에 특히 치명적이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연료는 수입’인 자원빈국이 안타깝지만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해법은 에너지 효율화일 것이다. 제조업 수출 기반의 전력 다소비 산업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 없고, 전기화가 진행될수록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ACEEE)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의 에너지 원단위 평가는 6점 만점에 2점으로 일본(6점), 독일(4점)에 비해 뒤처진다. 또한 정부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주력 제조업의 에너지 원단위가 최대 7.7% 상승하는 등 에너지 소비효율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종합하면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많이’ 그것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대로는 안 된다.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 없이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것은 제도적 개선이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급자에게 절감 목표를 부여하는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를 적극 확대하고 법제화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특히 자본 구조가 취약한 뿌리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중소기업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EERS의 관건이다. 다음으로 전기요금의 가격 시그널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의 산업용 요금 수준은 2020년 기준 선진국의 66∼90%인데, 이런 낮은 요금이 그동안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했지만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고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컸다. 원가를 반영하는 요금 합리화가 단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단위의 에너지 효율을 꾸준히 높이고 기후위기 대응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최대 이슈이자 딜레마는 에너지안보 확립과 탄소중립 실현이다. 에너지 효율 향상은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묘책이 될 것이다.

주성관 전기전자공학부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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