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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단풍 속 특별한 가을 산책

이른 아침 햇살을 받은 대전 서구 장안동 장태산 자연휴양림 메타세쿼이아 숲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그 숲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에 서면 짜릿한 느낌을 받는다.


일몰과 함께 대전 시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식장루.


겨울철 얼음동산이 조성되는 상소동 삼림욕장.


공중에서 내려다본 장태산 자연휴양림.


가을의 끝자락인 동시에 겨울의 시작이다. 이런 계절 갈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면 대전으로 가자. 대전은 볼거리도, 재미도 없는 도시로 치부된 적도 있지만 달라졌다. 자연휴양림에서 여유롭게 산책하며 인생샷을 남기고, 아름다운 노을과 야경을 보며 마음을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늦가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서구 장안동 장태산이다. 대둔산에 뿌리를 둔 산줄기가 장엄하고 아름답게 뻗친 곳에 마을이 생겨서 장안동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고, 임진왜란 때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난을 피해 장군봉 아래 베틀굴에 숨어 3년 동안 베를 짜며 살다가 지금의 원장 안에 터를 잡아 살기 시작해 장안동이라 이름 지어졌다는 전설도 있다.

장태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부터 입이 딱 벌어진다. 메타세쿼이아가 눈앞에 빼곡하다. 단풍도 억새도 아닌 메타세쿼이아 숲이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메타세쿼이아는 뒤늦게 물든다. 30m를 훌쩍 넘는 키다리 나무여서 사람 머리 위로 온통 붉은 세상을 연출한다.

이곳의 메타세쿼이아는 모두 6700여 그루. 휴양림은 임창봉(1922~2002) 선생에 의해 조성됐다. 그는 1973년 건설사업을 정리하고 전 재산을 털어 평생 숙원이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81만5855㎡에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20여 년을 나무에 매달렸다. 1991년 우리나라 최초 민간 휴양림으로 지정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만남의 숲’이다.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숲속어드벤처가 반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데크길을 따라 들어가면 ‘스카이웨이’ 입구가 보인다. 스카이웨이는 높이 10~16m, 총길이 196m.의 아찔한 ‘하늘길’이다. 출렁일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콩닥거린다. 그 길 끝에 우뚝한 27m 높이의 스카이타워가 반긴다.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는 나선형 데크길은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펼쳐놓는다. 전망대 정상에 오르면 뾰족한 메타세쿼이아 꼭대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 사이로 걸어온 길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

스카이타워를 내려와 스카이웨이를 빠져나오면 출렁다리로 연결된다. 2019년에 조성된 출렁다리는 짜릿한 긴장감을 주며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다. 길이 140m, 폭 1.5m로 주탑의 높이가 45m에 이른다. 현수교 방식으로 조성돼 많이 흔들리지 않지만 스릴을 안겨준다.

출렁다리 위 전망대에 오르면 메타세쿼이아 숲과 스카이타워, 출렁다리가 어우러진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10분가량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야 한다. 전망대에 서면 발품을 판 수고를 보상받는다. 바로 아래부터 멀리 계곡으로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물결이 감탄을 자아낸다.

전망대는 아침 일찍 더욱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왼쪽 산등성이로 떠오른 해가 빛줄기를 내려 쏘이면 메타세쿼이아 꼭대기가 타오르는 불꽃처럼 보인다. 여기에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더해지면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저절로 든다. 전망대 바로 아래 바위는 인생샷 포토존이다.

반대편 산에 형제바위 전망대가 보인다. 이곳에서 보는 낙조도 그림 같다. 가을 단풍 명소인 장태산 휴양림은 이제 붉게 물든 옷을 내려놓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메타세쿼이아 가지마다 눈이 쌓이면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대전에서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산은 동구 식장산이다. 동구 8경 중 하나로 울창한 숲과 깨끗한 계곡, 희귀식물로 가득한 골짜기 보존이 잘 돼 있다. 특히 일출은 물론 일몰과 밤 풍경을 내놓는 대표적인 명소다. 정상 바로 아래 세워진 한옥형 전망대‘식장루’에서 보면 대전 시내와 자연 풍경이 어우러진 야경이 환상적이다. 동구와 중구 원도심 지역을 밝히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가까운 곳에 이국적인 상소동 삼림욕장이 있다. 아름다운 숲길 사이에 400여 개의 돌탑이 서 있어 ‘한국의 앙코르와트’라고 불린다. 겨울에는 얼음동산이 조성돼 ‘겨울왕국’으로 변한다.

여행메모
휴양림 숲속의 집·휴양관·야영장
물이 휘감아 도는 구봉산 아래 노루벌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서대전나들목에서 가깝다. 입장료도 주차료도 무료다.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숲속의 집'과 산림문화휴양관이 메타세쿼이아 숲에 둘러싸여 있고 야영장도 있다.

휴양림 입구와 흑석리 주변에는 맛집도 즐비하다. 장안저수지 입구 쌈밥집이 인기다. 상추, 신선초, 케일, 배추, 깻잎, 적겨자, 뉴그린, 치커리 등 10여 가지 쌈 채소와 데친 채소가 함께 나오는 수육이 명품이다.

흑석리 네거리에 있는 흑석칼국수는 매콤한 칼국수와 비빔국수, 두부두루치기가 일품이어서 도심에서도 일부러 찾는다.

가까운 곳에 노루벌이 있다. 구봉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어린 노루가 엄마 노루를 쫓아서 뛰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이 휘감아 도는 모습이 아름답다.

식장산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은 좁고 주차공간이 협소한 만큼 야경을 즐기기 전후 이동 중에는 안전운행이 필수다. 이밖에 대청호반, 만인산휴양림, 중앙시장, 뿌리공원 등 둘러볼 곳이 많다.



대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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