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지역사회 발전이 우선”… 이웃 작은 교회와 힘 합쳐 ‘마을목회동행’

초교파 연합사역을 펼치고 있는 포항 성법교회 성도들이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법교회 제공
 
성법교회 관계자들이 창립 12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포항시 귀농인의 집 1호' 준공식을 개최하는 모습. 성법교회 제공


이달 초 경북 포항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선 분리수거장 설치가 한창이었다. 지역에 있는 소형 교회 3~4곳이 힘을 합쳐 작업을 하고 있었다. 쉬워 보이는 작업은 아니었다. 여러개의 철제통을 나르고 그물을 설치하고 나사를 조이는 작업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작업자들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작업은 깨끗하게 마무리됐다. 이전까지 마을 주민들은 분리수거장이 없어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50년 넘게 이 마을에 거주한 정병도(67)씨는 “교회에서 발벗고 나서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런 교회들이 있기에 지역 사회와 마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이 교회고, 교회가 곧 마을”

포항에 있는 성법교회(이승웅 목사)는 주변에 있는 소형 교회들과 힘을 합쳐 ‘마을목회동행’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발한 연합사역을 펼치고 있다. 연합사역의 핵심은 ‘지역사회 발전’이다. 열악한 지역사회의 맨 끝부분까지 찾아가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성법교회 담임목사이자 ‘마을목회동행’ 회장인 이승웅(65) 목사의 남다른 목회관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교회 안에서의 활동만을 목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가 있는 자리, 사람, 시설물 등 교회와 함께 하고 있는 모든 환경이 다 목회”라며 “교회뿐만 아니라 교회와 함께하는 마을도 곧 목회인 것이다. 마을이 교회이고 교회가 곧 마을”이라고 말했다.

굳이 연합해서 사역을 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지역의 작은 교회나 단체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정보가 부족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또 일할 사람도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연합사역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낙심하고 의욕을 상실했던 목회자들이 연합사역에 동참한 후 다시 열의를 갖고 목회를 이어라고 있는 것이다.
 
‘믿음’이 바탕이 된 마을목회동행

‘마을목회동행’의 연합사역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마을 분리수거장 설치, 어르신 행복 생일잔치, 행복 사진관 운영, 불편행정대행, 귀농인의 집 건립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행정기관과 연대해 보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종합복지관을 통해 마을 활동가들을 교육·양성하고 월1회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미나 및 선견지 탐방도 실시한다.

이 같은 사역을 뒷받침하는 것은 ‘믿음’이다. 교회 사역은 개인적이거나 혹은 개별교회의 일이 아닌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님 나라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다함께 믿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끊임없이 말씀과 기도로 순종하고 사람의 일이 아닌 하나님의 역사라는 일념으로 매순간의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나갔다”며 “가령 귀농귀촌의 집 건립 및 성법교회 설립 기도처 매입 등은 지역교회의 열악한 현실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하나님께서 기적 같은 역사로 이뤄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사회 연합사역의 전망은 녹록지 않다.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촌에는 독거노인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고, 인력이나 경제적 여건 등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마을목회동행의 사역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귀농·공동생활 프로그램도 구상

마을목회동행은 그럼에도 “사역은 계속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껏 어려운 상황에서 버텨나갈 수 있었듯 앞으로도 믿음과 단결심으로 사역을 잘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사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나갈 방안도 마련했다.

이 목사는 “가령 재가 복지와 비슷하지만 각자 개인 집에서 잠만 따로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함께 모여 공동식사, 공동빨래, 공동생활 프로그램(옛 삶 나눔) 등을 한다”며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쉬며 하루 일과를 마치는 방안을 정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내년에 행복마을연구소, 귀농귀촌상담소, 포항시 제1호 귀농귀촌의 집 및 마을 빈집 관리 등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03년 설립된 포항 성법교회는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 ‘마을을 이롭게 하는 교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금껏 지역 사회에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내년에 성법교회는 말씀 목회, 교회 환경개선 및 시설 확충, 120주년 창립 기념 일환으로 포항지역 기독교 유적지 발굴 복원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포항=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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